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2019.8

독서/심리 2019. 8. 8. 12:39



본 책은 저명한 심리상담가 메리 파이퍼가 젊은 심리치료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였다. 2003년 출간되었지만 다시 개정되어 나온 책에서 전체의 큰 메시지들이 그리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말로 “심리치료는 항상 변화하지만 항상 똑같”은 가보다.

개인적으로는 서문이 가장 마음을 울렸고, 본문의 내용들에서는 저자가 가족주의적 가치관을 과하게 중요시한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아마 저자가 특별히 “가족”을 강조하고자 했다기 보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끊어지지 않을 밀접하고도 가까운 관계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신념이 그러한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치료의 가장 큰 치료요인이 특정한 기법이라기 보다는 내담자와 상담자의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본 책 또한 특정한 내용에 감명을 받았다기 보다는..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한 심리치료사가 쓴 젊은 치료사들을 향한 애정있는 편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따뜻하고 든든해지는 경험이었다.

아래에는 꼭꼭 씹어 남겨두고 싶었던 서문의 일부와, 가족을 중요시 여기나 동시에 페미니스트라는 저자의 글에 웃음이 났던 부분을 발췌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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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간의 고통을 주제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수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할 수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어떤 실수들을 저지르면 안 되는지를 내담자들로부터 간접적으로 배웠습니다. 불륜이 어떤 파국을 낳는지 목격했습니다. 도박이나 마약을 직접 해보거나 남모를 사생활을 가져보지 않아도 이런 행동들이 궁극적으로 파괴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P.6

저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의 문제만 듣고 있으면 우울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문제를 그저 듣고 있는게 아닙니다.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듣는거죠.” 일반적으로 내감자들은 변화를 만들고 싶을 때 상담실을 찾습니다. 내담자들은 돈을 내고 조언을 구하고 또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삶에서 그렇듯이 심리치료에서도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심리치료사로서 저는 내담자들이 겪는 문제들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둡니다. 그 대신 내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에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런 보상은 내담자들마다 약간씩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갘습니다. 저는 내담자들이 스스로 더 차분해지고, 더 친절해지고, 더 낙관주의자가 됐다고 느끼면서 상담실을 떠나기 바랍니다. 또한 그들이 더 계획적으로 삶의 선택들을 하고 돌 충동적으로 욕구를 만족시키기를 바랍니다. P.8

대개의 경우 인간이 겪는 문제에 대한 저의 해결책은 매우 단순합니다. 휴식을 더 취하세요. 운동을 열심히 하세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사랑할 사람들을 찾으세요. 물론 단순하다고 해서 이 제안들이 실천하기 쉽지도, 항상 백 퍼센트의 효과를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 심리치료는 내담자들에게 안전한 인간관계를 제공합니다. 이 관계 안에서 내담자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색하고 외부세계에서 모험을 감행할지 고민해봅니다. P.12

학부에서 인류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저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더 넓은 환경과 연관 지어 생각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가정폭력, 약물남용과 알코올남용, 과잉행동장애, 섭십장애 등의 문제들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들이 매춘부와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영화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문화에서 그 누가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명절에 직계가족을 만나지도 않고, 일요일 오후에 낮잠 잘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 P.14

우리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 지구, 나아가 다음 세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문화 속에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는 아동, 난민, 노인, 빈곤 계층의 문제들을 못 본 척 하고 있습니다. 미지어는 우리에게 피상적으로 살라고 부추깁니다. 세계 평화나 정신적 욕구에 대해 고민하는 대신 창문을 어떻게 꾸밀지나 신경 쓰라고 떠듭니다. P. 15

<최악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p.139

결혼식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마음 한 편에서는 이렇게 절규하죠. “정말 충분히 생각해 봤나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이 품고 있는 그 모든 연약함과 희망이 떠올라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마크 트웨인은 “결혼은 신념이 경험을 이기는 경우다”라고 했습니다. 분명히, 결혼식 당일에 대부분의 커플들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렇디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의 모든 결혼생활은 심각한 위기들을 맞게 되고 결국 그 중 절반쯤은 이혼으로 끝이 납니다. (...)

지난 30년 동안 상담실에서 많은 커플들을 만났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문제들은 다른 문제로 대체되었고, 어떤 문제들은 여전히 똑같이 남아 있습니다. 1969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커플들은 성생활에 대해 논쟁을 벌였습니다. (...) 저는 그들에게 전희, 마사지, 자위행위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체위로 섹스를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오, 이런, 1970년대... 당신 시대에게 당시의 성혁명을 제대로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1980년대 커플들은 돈에 대해 말다툼을 벌였고, 1990년대 커플들은 시간을 두고 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커플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과거의 이 세가지 싸움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모두들 돈을 버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섹스를 할 시간이나 심지어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습니다.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