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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하나도 못 했다.
다 써둔 leadership program application을 써서 보냈고 전화를 한 통 했다.
아,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주최한 기자회견도 보았다.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하진 않았네.
책장에서 책 '김지은입니다'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 두었다.
조금씩 다시 읽었다.
"얼굴을 꼭 드러냈어야 했어요?" 라는 꼭지가 있다.
현상황과 겹쳐 성폭력 사건의 지랄맞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좀 전 기자회견에서는 고소인에게 "왜 얼굴을 안까냐"는 말이 실시간 댓글창을 뒤덮었으니까.
그렇지만 곧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라는 문구들이 그 위를 덮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좀 있다 엄마가 전화가 왔다.
엄마도 김지은씨 생각을 내내 하게 된다고,
이번 미투 사건의 고소인을 비롯해서
어쩌면 그렇게 용기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었을지.
이번 생존자는 <김지은입니다> 책을 읽었을지,
우리가 그녀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도 그 책을 사서 읽어야 겠다며,
후원을 하고 싶고 어떻게 도울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내가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는 엄마가 신기했다.
그렇지만 너무 감격해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게(ㅋㅋㅋ)
"그래서 우리가 책 많이 사서 그 분께 인세가 가길 바라고 그러지." 라고 말했다.
괜히 눈물이 난다.
재작년쯤 엄마는
여성주의와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 하며
숨막혀 하고 미쳐버릴 것 같다는 나에게
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고,
왜 그렇게 절망적으로 생각하냐고, 답답해 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 나는 더 숨이 막혔다.
2년이 지난 지금,
공기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지만
여전히 절망적인 부분이 많고
바꾸어야 할 길들도 멀다.
그래도 나아질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내가 할 일들 하면 되는 거겠지.
마치 댓글창 같다.
지랄 맞은 일들이 많지만
곧 뒤덮히는 연대들.
그래서 나갈 수 있을거란 희망들.
지치지 말고,
오래 건강하게,
이 가좆장제를 같이 부시자.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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