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의 송아지- 2017.03.10

독서/종교 2018. 6. 18. 17:18

 

친절하고 쉽게 읽히면서도 속 시원하고 내용이 풍부한 글을 쓰는 능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걸까?

아론의 송아지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은 하나님을 우리의 입맛대로 맞추고 가두려 하고 나아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그 하나님'을 숭배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창조과학, 특히 젊은 지구론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로 내가 창조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건 '전도사들도 안 믿는 창조과학' 이라는 묘한 구문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수식어들에 대한 궁금증을 말끔하게 해소시켜 준다. 아... 이래서 전도사들도 안 믿는 구나...

신앙의 눈으로 바라본 과학, 그리고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신앙 이라는 두가지 챕터로 나누어 져있는 이 책을 통해

신앙과 과학을 이상하게 뒤섞거나 반대로 완전히 단절시켜 버리는 몰지성적인 논리를 반성하고

 세계관과 학문의 바른 층위에 따른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이 논의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삶의 태도도 정립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의미있었다.

 


<책발췌>

 

p.15

우매함은 선의 적으로서 사악함보다 훨씬 위험하다. 우리는 악에 맞서 항거할 수도 있고, 악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도 있으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힘으로 저지할 수도 있다. 악은 자멸의 싹을 지니고 있다. 최소한 사람 속에 불쾌감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매함에는 백약이 무효다. 우매함에는 저항도 힘도 소용이 없고, 기본 지식도 쓸모가 없다. 우매한 자는 제 선입견에 어긋나는 사실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p.88

기독교 종말론에서 "때"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내세의 일만 가치가 있는 것이고 현세의 삶과 역사는 하찮은 것이라는 이원론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이 땅에서의 삶은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이비 여성 예언자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가족을 팽개치고 해외로 도피 행각을 벌였다는 것은, 그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소명을 얼마나 무가치하게 생각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한 가정의 어머니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어린 자식을 버리고 해외로 도피해버리는 것, 또는 한 가정의 아버지가 종말의 파국을 피하겠다고 가족을 등지고 나홀로 해외로 도피해버리는 것, 이런 일들은 우리의 일반적인 양식과 감정으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종말 신앙은 결코 인간의 지성과 양식을 저버린 몰역사적인 신앙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종말론적 신앙이다.


p.94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의외로 이원론적 신앙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원론이란 예배당에 모여 기도하고 찬송하고 성경을 공부하는 것은 선한 일이고, 반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체의 활동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선하지도 의미가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이것은 교회를 빛의 영역으로, 세상을 어둠의 영역으로 극단적으로 나눠 접근하는 태도다. 하지만 창조주 하나님의 통치는 교회는 물론 타락한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을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두 실체가 동등하게 다투고 있는 혈투의 장으로 이해한다면, 이것은 우주 전체를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이미 가지고 있는 화가와 진지의 절반을 적에게 내어주고 전쟁을 시작하는 거소가 같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말은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려면 성경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필요한 동시에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해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늘날 과학은 인류의 삶에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체다. 과학 기술의 진보는 경제적으로 막강한 재화를 창출할 수 있고, 이런 경제적 힘은 당연히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를 에워싼 삶의 모든 분야에 강력한 입김을 미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과학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것, 그리고 그 과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 더 나아가 자연 과학적 인과 관계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갖추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