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16.10.22

독서/기타 2018. 6. 18. 18:01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예술은 '삶의 비평'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비극이라는 장르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로 점철된 삶을 수용하며 동시에, 타인의 부정함 앞에서도 겸손하여 질 수 있는 내레이션을 제공한다. 이번 신작 역시 기존의 주장처럼, 그는 우리의 삶의 문제를 따뜻하게 쓰다듬고, 인물들의 과오에도 칼을 들이대기 보다는 차분하고 공감적으로 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편을 택한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내가 그의 구절 구절을 '주옥같다'며 좋아하는 것처럼. 그 또한 내가 아끼는 '심리치료'에 대해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준다. 만약 세계적인 작가나 대중철학자가 되지 않았다면 분명 심리치료의 대가가 되었을 것 같다며, 혼자서 남의 인생을 가지고 소설을 쓰고.. 나에게 항상 Good-Enough한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신작. 추천합니다..

 


 

전자책p.163
잘 들어주는 사람은 의사 전달을 잘 하는 사람 못지않게 드물거나 중요하다. 잘 들어주는 사람 역시 특별한 자신감이 그 비결이다. 어떤 확고한 가정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정보로 인해 경로를 이탈하거나 그 무게에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수용력 말이다. 잘 들어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마음 속에 얼마간 담아둘 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미 경험을 통해 모든 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자책p.246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란 쉽지 않은 선례다. 본질상 부모의 사랑은 그 사랑을 베풀기 위해 쏟은 노력을 감추는 작용을 한다. 부모의 사라은 받는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의 복잡한 사정과 슬픔을 감추고, 부모가 사랑의 이름으로 다른 이익, 친구, 관심사를 얼마나 많이 희생했는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은 무한한 너그러움으로 이 작은 존재를 한동안 우주의 중심에 놓는다. 부모의 사랑이 그토록 강한 것은 아이가 괴롭고 두려운 심정으로 어른 세계의 진짜 척도와 불편한 고독을 이해해야 할 그 날을 위해서다.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