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

 

기독교인들의 진화에 대한 경기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친해진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별 생각 없이 "요즘 아이들은 팔다리도 길고, 진짜 잘 진화하네요."라고 말했다가 지인이 화들짝 놀라며 "아 작은 범위 안에서는 그것도 진화라고 볼 수 있겠지."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딱히 진화에 대해 논쟁하고자 했던 말이 아닌데, 작은 단어 하나하나에서 조차 세계관이 반영되어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이 책을 그 지인께 선물한다면, 너무 도전적인걸까? 고민이 된다.

 

p.38
나는 손을 들고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렇다면 공룡 뼈들은 뭐죠?" 지도 선생님과 목사님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눈빛을 교환하셨다. 그러고는 목사님이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씀하셨다. "그 뼈들은 사탄이 묻어 놓은 거란다."

 

p.41
나는 나의 성경이 사실 나의 성경 해석임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잘못된 것은 성경 자체가 아니라, 나의 성경 읽기 방식은 아닐까. 성경을 역사적, 신학적 맥락에서 읽는 법을 배워서 품게 된 질문들이 아니라 진화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갖게 된 질문들이라는 렌즈를 통한 나의 성경 해석법이 문제인 것은 아닐까.

 

 

책은 복음주의 기독 지성들이 어떻게 진화, 즉 과학과 자신의 지성을 통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여정에서 아주 분명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적 성실성.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신앙과 학문을 아주 분리해 버리거나 억지로 봉합하고 싶어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자주 두 부류 모두 같은 의미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학문이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으로서, 신앙과 자신의 학문에 지적인 성실성을 가지고 임하는 이들을 삶 속에서 자주 만나 볼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25인의 수필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p.55
"난 모르겠다." 나는 그 때 느꼈던 안도감을 지금도 기억한다. 몰라도 괜찮은 거였어! 어른이 이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면, 나같은 십대가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나이가 들 수록,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언가 가르치고 싶은 욕구, 어른으로서 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편견으로 인해 미래 세대의 지적 탐구와 호기심을 비틀고 변형시키지는 않아야지, 라고 다짐하게 된다.

 

p.136
"하나님은 게으름뱅이들 중에서도 지적인 게으름뱅이를 정말 싫어하시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 될 요량이라면, 내 경고 한마디만 하겠소. 당신은 당신의 전부-두뇌를 비롯한 모든 것-를 요구하는 여정에 오르는 것이오." 

 

두뇌만, 혹은 신체만 즉 나의 일부만 사용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많다. 내 삶을 드린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매일을 붙잡고 씨름할 문제이다.

 

p.139
교수님도 그날 발표가 있어서 일찍 도착하셨던 터라 나의 엉터리 없는 소리의 많은 부분을 들으셨지만, 다행히도 내게 무안을 주는 일에는 관심이 없으셨다. 나는 그날 내가 진화라는 악에 대항하여 믿음의 승리를 기록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선생이 될 것인가. 이 또한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겠다.

 

p.242
"이것 말고 교회가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이 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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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