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 2019.07.07

독서/기타 2019. 7. 23. 13:20

이국종 교수님의 저작, 골든아워 1,2를 읽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주저없이 갈아넣는 영웅의 이야기인데, 수필집이라니.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런 인물이 현 세대에 같이 공존하고 있다니 신기하다. 어느 시대에나 영웅은 있지만, 사실 영웅은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까. 이 교수님은 특별한 분인듯 하다.

본인의 글쓰기를 김훈의 <칼의 노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는 것도 재밌다. 동의가 되면서도, 인간의 자의식이란 흥미로운 기제라는 생각이 든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윤한덕 센터장에 대한 챕터였다. 난세의 영웅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처참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은, 사회는, 구조는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걸까 싶은 회의감이 짙게 생긴다.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는 기만이라는 마음도.
그러한 기만과 진창 속에서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선택이라는 진실만이 남는다. 어느쪽을 선택하든 상관이 없어진 것은 최근이다. 고귀한 영혼들과는 다르게 나는 나이가 들며 비겁해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또한 그리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친구의 죽음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외상이나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에 많은 기여를 한 친구의 죽음도, 교통사고 후 응급실을 전전하던, 이국종 교수가 말하는 예방 가능한 죽음 중 하나였다.

십년 정도가 지난 지금, 더 이상 감상에 젖지는 않지만
금번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 티비를 보다가 문득 아무렇지 않게 그 친구 이야기를 꺼내는 엄마를 보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사실은 내가, 아무렇지 않게 이런 얘기들을 할 수 있구나.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죽음이 오히려 삶을 더 생생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모두 너무 진부한 클리셰이지만

진부함을 넘어설 수 없는 나도 그저 특별할 것 없는 나약한 인간인가보다.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