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우리는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그와 내 역사의 공집합을 기억하며 만든 창작물 중 일부가 이 책에 묶였다.

(...) 나를 낳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오해로 쓰인 책이다.

(...) 그렇지만 엄마의 훌륭한 교본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님을 내내 기억하며 용기를 내어 책을 만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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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어떤 글이나 말도, 깔끔하게 단정짓기가 어려워 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나는 나의 모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에게 우리 엄마란, 날 때부터 부모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태어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유년시절은 든든한 산과도 같은 부모 슬하에서 안정감 있게 자라났지만,

모든 일에 양면이 있듯이 내가 부모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오랜 시간이 들었다.

사실은 아직까지도, 나는 부모 울타리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자식의 역할이 익숙하다.

나는 부모가 되지 않기로 선택했으니, 아마 나는 영원히 부모됨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이해할 수 없음이 그리 아쉽지 않은 이유는

내가 설령 부모가 된다고 하더라도 내 부모의 마음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삶은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고 이해하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너무 연민하지도 그렇다고 매정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나의 엄마와도 이번 여행에서는 아주 조금 더 친구처럼 지내게 되려나,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