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도움을 많이 준 S가 이사를 가는 날이다. 그러니까, 자정을 넘긴 오늘 S는 이사를 간다.

처음 만났을 때 S에 대한 인상은 좀 특이했는데, 
갑자기 시간 되냐고 밤에 연락이 와서 우리집에 들러 차를 한잔 하며 오메기떡을 주고갔다(ㅋㅋ). 
오메기떡이.. 한국에서도 흔하지 않은데.. 대도시에 갔다가 사왔다며 (미국 거주인으로 치자면 그 귀한걸!) 전해주었다. 
그 때 받고 몇개 먹다 남은게 냉동실에 얼려둔게 아직도 있다. (아쉽지만 나는 떡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이한 사람이네 (이 귀한걸 나에게 뿌리다니), 라고만 생각했는데 
몇번 만나며 취향도, 취미도, 라이프 스타일도, 생각도 비슷해서
같이 도시 이곳 저곳을 탐방하고 구경하고,
웬만큼 이 도시에 몇년 살았다는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곳을 6개월 동안 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지만,
S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나는 가끔 내가 이 도시에, 이 특정한 시기에 오게 된 이유가
이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라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다.
아직 많은 task들이 남았지만
한 고비 넘어가는 S와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고 보낼 수 있게 되어
자주 가던 밥집에 가서 "매일 먹던걸로 시킬까?" 라고 말했는데,
기분이 묘했다.
친구들이나 배우자와 장난처럼 "매일 먹던걸로" 드립만 쳤었는데,
진짜로 그런말을 하게 되니 좀 우스웠다.

6개월이란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성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게,
꼭 S 에게 뿐만 아니라, 나도 가장 힘들 수 있는 시기에
정말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 주어
재밌는 것들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생일과 졸업을 축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10년만의 추위라는 오늘의 공기, 어둠, 그리고 허름한 식당 간판의 불빛
사진처럼 박혀서 아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간단하게 쓴 내 카드를 보고 나서
내가 글을 예쁘게 쓴다는 칭찬도,
헤어져 돌아서는데 핑 눈물이 돌았다는 비하인드 이야기도
아주 오래 기억에 남기고 싶다.
내가 많은 것을 해준 만큼 돌려주지 못했다고 하지만
한번도 내가 무언가를 더 많이 주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런 우정이 정말 오랜만이다.


지금도 나는 자주 분노하지만,

훗날 내가 사람들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고, 인생과 신에 대한 환멸이 차 오를 때
6개월간 겸허하게 모든 것들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버티던
S를 생각하고 싶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져서, 이름마저도 잘 생각 안날 수도 있겠지만..
글로 남기고 사진으로 찍고, 그렇게 인생에 몇 안 되는 점들을 찍으면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살아있을 것이고

그런 기억들은 내가 다른 이들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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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