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2019] 자기애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 29. 10:22

맥주에 통통한 새우를 잘 익혀 직접 만든 타코를 먹고 나니 기분이 몹시 좋다.

그러나 아마 이 좋은 기분은 학교가 문을 닫은 이유가 제일 크겠지, 아무렴.


최근들어 주변 지인 중에 사람을 몹시 갈구하는 이가, 

너무 자꾸 만나자고 졸라대서 골치가 꽤 아팠다.

거절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싶어 마음이 영 탐탁치 않았고

특별히 personal space가 필요하다고 말을 했는데도 문제가 계속돼서.

남의 미해결 문제들까지 돌보기에 나도 타지 적응 하느라 에너지가 많이 고갈된 상태고.


그 때문에 이래저래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누가 뭐래도 나의 가장 좋고, 중요하고, 아껴야 할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거리낌을 느낀다.

이전에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는데, 서른즈음 되니까,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단도리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어른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는 생각이 드는 듯 하다.

남을 돌볼 정도는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은 잘 돌봐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우리 상담 전공이 필요한거긴 한데.

일상에서의 지인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어서.

이렇게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한 인간으로서 다른이에 대한 나의 연민이, 이게 과연 최선인가 자신에게 반문하며, 나 역시 나를 괴롭힌다.


가끔 서울이 그리운데, 도시 생활이 그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돌아보면

그리운 도시의 아주 많은 애착 장소들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내가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찾으려고 사진첩을 펼쳤는데,

사실은 내가 보고싶어하는 이가 찍어준 내 사진이 더 많다.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실제로 정말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떠올라서

그 사람 눈에 담겨있는 나를 환기할 수 있어서 다시금 그리워 진다.


근데 이렇게 보다보니 젊은 시절에 내가 너무... 매력적이잖아 ...

아니 이런 미모가 ... 왜 어린시절의 나는 이걸 잘 깨닫지 못했던거지.

이런 날것의 속내를 아무렇게나 마구 얘기하고 있자니 N은 또 그걸 잘 받아 쳐준다.


나는 나를 미워하기도 했었고, 부끄러워하기도 했었지만

그보다 아주 많이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

가끔은 감당하기 좀 벅차다 싶을 정도로 내가 사랑스러운데,

최근의 예를 들어...

돈까스를 먹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마트에서 돈까스를 찾아서

집에와서 잘 구워가지고 따뜻한 밥이랑 딱 먹을때!!! 

최선을 다해서 나 자신을 대접하는 내 모습을 볼 때 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땐 정말 사랑이 넘친다.

이런 자기사랑은 도대체 무슨 마음이고 어디서 부터 비롯된 걸까. 

부모가 해주던, 남이 해주던 일들을 내 스스로 내게 해줄 수 있다는 성인으로서의 자부심도 클 것 같은데,

이런것도 사랑인가. 궁금하다.

역시나 시간도, 자유도, 독립도, 선택도 ... 내게는 많을수록 좋다.


금요일날 첫 상담을 시작하는데, 이것저것 가서 얘기해 봐야지. 


오늘은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자야겠다.



한파야 고마워!!

집에 문제를 일으켜서 한파를 저주하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길 ㅋ_ㅋ

무사히 잘 지나 가기를..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