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3/2019] 운 좋은 놈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2. 24. 05:15

When individuals of deep scholarship and intellectual daring lunge ahead of the learned community whom they are addressing, they may not receive the honor that they deserve. Instead, they may blend undistinguished into the scholarly landscape and somehow become taken for granted. Something like this has happened to the scholarly contributions of David Valentine Tiedman (1919-2004). Being the first psychologist to systematically apply constructivist epistemology to the comprehension of careers, Tiedeman broke with intellectual traditions to lead the counseling profession in a new direction.


재밌는 서문을 발견했다. Mark L. Savickas의 David V. Tiedeman: Engineer of Career Construction이라는 논문에서다.

아카데미아에서도 물론이거니와, 사회에서도. 나이가 들 수록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진리 같은 문구가 하나 있는데,

'열심히 하는 놈은 즐기는 놈을 못 이기고, 즐기는 놈은 운 좋은 놈을 못 이긴다.' 라는 말이다.

진짜 이문구가 originally 정확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말은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 최강승자인 운 좋은놈에서 나오는 '운'이란.. 모든 사회적 자원과 부정의 및 차별의 결과까지 다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간은 privilege와 marginalization의 교차로에 서 있다.
완벽하게 특권적인 지위만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이들이 자신의 일부 정체성에서 특권을 맛보고 일부 정체성에서는 소외를 경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며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도 모르게 혜택을 입었던 것들에 감사하고, 또 내가 소외되는 그 자리에서 타인과 연대하여 부정의를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테니까.

사실 저 문구를 보면서, Tiedeman이 소외되어 봤자 얼마나 소외되었겠나 싶다.

2004년에 죽은 사람인데 적어도 15년이 지난 지금 유무명한 학자들이 (savickas 매우 유명한 분) 논문을 퍼블리쉬해서 그의 공을 기려주니까. 그리고 이싸람들아... 그 사람 하버드 교수였어 왜이래!!!!!!!!!...

오히려 수많은 여성 학자들과 소수인종의 학자들의 지워진 업적, 더 나아가 지금도 지워지고 있는 여성들의 업적을 생각한다면 그의 업적이 좀 덜 기려졌다는 것이, 딱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니까.


운이 좋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아주 많은 순간들에,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정체성을 향한 차별과 앞으로 미래에 있을 부정의들에 분노하지만, 가끔은 그래, 감사할 것들이 이렇게 많구나. 목소리가 지워진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은 비가 온다. 눈이 아닌 비가 오는 것을 보니 드디어 날씨가 조금은 풀려가는 건가 싶어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비가 반갑다. 


공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집 가까운 거리에 공부할 공간이 있고, 좋아하는 공공 도서관이 있고, 학교에는 오피스가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이 많은 시간들에 노력을 통해 내가 누려온 운을, 기회를, 특권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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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