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사생활 - 16.07.26

독서/심리 2018. 6. 18. 15:58

 

 

 얼마전에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복용의 부작용에 대해 끔찍한 글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수면 유도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왔구요. 머리 뒤쪽만 어딘가에 대면 정신을 잃어버리는 저같은 사람은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느 순간에는 저도 불면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 내담자들도 마찬가지구요.

 최근 저는 수면의 질을 높이고 싶어서 '잠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인공빛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엄청나고 이것이 생체리듬에 치명적일 정도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희집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완벽하게 인공빛을 차단하진 못하더라도 늦은 밤이되면 최대한 인공빛에 노출을 줄이기 위해 영화도 두 편 볼것을 한 편으로 줄여서 보기, 스마트폰 사용 자제, 전구를 촛불로 대체 등..


두번째가 바로 침대의 형태인데요. 보통 해외 호텔이나 리조트에 가면 더블베드 하나만 놓여있는 방보다는 더블베드만한 크기의 침대가 트윈으로 놓여있는게 대부분인데, 저는 그게 2인실을 4인실로도 사용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라 서양에서는 더블베드와 트윈베드에 대한 선호가 (길지 않은 시간 내에서) 역사적으로 경쟁을 해왔고 본래 트윈이 유행했다가, 더블이 유행했다가 다시 트윈이 유행하기 시작한거랍니다. 건강상의 이유나 중산층의 경제적 과시의 이유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구요ㅎㅎㅎ 더블이 경제적 과시용이었다니!!! 흥미롭더군요.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거의 존중받지 못하는 현대 우리 수면 생활에 비추어 볼 때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추천합니다.

 

'독서 >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 뒤에 오는 것들 - 16.09.21  (0) 2018.06.18
파리의 심리학 카페 - 16.08.25  (0) 2018.06.18
문제는 무기력이다 - 16.07.28  (0) 2018.06.18
H팩터의 심리학- 16.05.27  (0) 2018.06.18
피로사회- 2014.04.04  (0) 2018.06.18
posted by sergeant

H팩터의 심리학- 16.05.27

독서/심리 2018. 6. 18. 15:53

 

근1~2년간 흥미롭다고 느껴지는 연구주제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여러가지 생각들과 함께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단 연구뿐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도 많은 부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되어 추천합니다.

 

1. '유유상종'에 대한 심리학적 대답
우리는 보통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게 된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서로의 다른 특성 때문에 끌린다는 정반대의 명제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외향적인 사람의 열정은 내성적인 사람이고 진중함을, 혹은 그 역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이구요.
그렇지만 만약 '이 특성'이 비슷하지 않은 사람끼린 친구가 되기 어렵다면 어떨까요. '이 특성'이 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이 책은 그 특성을 H팩터라고 명하며 한국말로는 '정직겸손성', 줄여서는 '정직성'이라 말합니다. (세부 내용으로, 개방성이라는 요소 또한 유유상종을 가르는 중요한 부분이라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총 두가지가 되겠네요) 정직성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말에 저는 좀 감동 받았었습니다.

저는 정직한 사람이라, 항상 굳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선택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당신의 친구들은 얼마나 정직함과 겸손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인가요?

 

2. 정직함이라는 가치에 대한 우리 한국사회
 책에서는 여러가지 특성(factor)들의 한쪽 극단적면에 대해 '더 좋은 것'이라고 단정짓기를 꺼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때, 한가지 특성의 모습만이 생존에 유리했다면, 우리는 이것을 성격이라는 기준으로 세우기 힘들었을거란 말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해, 만약 도덕적인 사람들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면 우리 사회는 도덕적인 사람들만 살아남았을테고 도덕성의 정도를 측정하기 어려웠을거란 얘기예요. 도덕적인 사람과 도덕적이지 않은사람이 혼재해 있으니 도덕성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성격의 어떤 면이, 특정 상황에서는 유리하고 다른 상황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한가지의 성격 기준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뒤섞여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한국사회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흔히 몇포세대라고 불리는 청년층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나라의 큰 영향력이 있는 자리의 많은 사람들은 정직성이 낮고 존경할 수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말인즉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들이 생존하고 영향력을 미치기에 좋은 사회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왜 교과서에서 배워왔고 대학에서 배웠던 정의로운 가치들이 이렇게 무력한 것인가 많이 생각했었습니다. 단순히 사회생활이 배움의 이상과 달라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정직성을 추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살아남기 힘든 사회에 살고있다고 여겨져서, 저 자신에게 스스로 위로를 보냅니다. 그리고 정직함을 추구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요.

이 밖에도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주는 좋은 책이니 여러분도 읽어 보세요:)


 참고로 책의 저자들은 ..참..정직하게도 자신들이 부정직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부분이 공감된다고 하던데... 저는 제 자신이 정직하다고 생각하는걸 보면 실제 그런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독서 >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 뒤에 오는 것들 - 16.09.21  (0) 2018.06.18
파리의 심리학 카페 - 16.08.25  (0) 2018.06.18
문제는 무기력이다 - 16.07.28  (0) 2018.06.18
잠의 사생활 - 16.07.26  (0) 2018.06.18
피로사회- 2014.04.04  (0) 2018.06.18
posted by sergeant

피로사회- 2014.04.04

독서/심리 2018. 6. 18. 15:46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58823

 

 

"활동하는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상담학을 공부하다 보면 종종 정신건강의 이유를 개인의 수준에서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개인의 성격과 환경, 어린 시절, 적응 패턴, 반응 방식..

그러나 어쩌면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의 책임이 사회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2014년 한창 상담학을 공부하고 실습하며, 이전에는 흥미가 없던 사회학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아마 이런 부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은 모여서 구조와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는 다시 개인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겠지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대한 의무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본문 발췌>

 

알렝 에렝베르 Alain Ehrenberg는 우울증을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의 이행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규정한다. “우울증이라는 병은 권위적 강제와 금지를 통해 인간에게 사회 계급과 서열에 따른 역할을 부여하는 규율적 행위 조종의 모델이 만인에게 자기 주도적으로 될 것, 자기 자신이 될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규범으로 대체되는 순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 우울한 자는 컨디션이 완전히 정상이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려고 애쓰다가 지쳐버리고 만다.” 알랭 에랭베르의 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우울증을 단지 자아의 경제라는 관점에서만 관찰하는데 있다. ... 그러나 우울증을 초래하는 요인 가운데는 사회의 원자화와 파편화로 인한 인간적 유대의 결핍도 있다. 우울증의 이러한 측면은 에랭베르의 논의에서 빠져 있다. 그는 성과사회에 내재하는 시스템의 폭력을 간과하고 이러한 폭력이 심리적 경색을 야기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직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성과를 향한 압박이 탈진 우울증을 초래한다. 그렇게 본다면 소진증후군은 탈진한 자아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다 타서 꺼져버린 탈진한 영혼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실제로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은 과도한 책임과 주도권이 아니라 후기근대적 노동사회의 새로운 계율이 된 성과주의의 명령이다.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 없을 때 발발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일과 능력의 피로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 없다는 의식은 파괴적 자책과 자학으로 이어진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과 전쟁 상태에 있다. 우울증 환자는 이러한 내면화된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이다. 우울증은 긍정성의 과잉에 시달리는 사회의 질병으로서, 자기 자신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인간을 반영한다.

 

 

p.30 멀티태스킹이라는 시간 및 주의 관리 기법은 문명의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멀티태스킹은 후기근대의 노동 및 정보사회를 사는 인간만이 갖추고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퇴화라고 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은 수렵자유구역의 동물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습성이다. 야생에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법이 멀티태스킹인 것이다.

 

철학을 포함한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깊은 사색적 주의에 힘입은 것이다. 문화는 깊이 주의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주의는 과잉주의에 자리를 내주며 사라져가고 있다. 다양한 과업, 정보 원천과 처리 과정 사이에서 빠르게 초점을 이동하는 것이 이러한 산만한 주의의 특징이다. 그것은 심심한 것에 대해 거의 참을성이 없는 까닭에 창조적 과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는 저 깊은 심심함도 허용하지 못한다.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부른 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생하고 가속화할 따름이다. 벤야민은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과 시간의 둥지가 현대에 와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런 것을 짜지도, 잣지도않는다. 심심함이란 속에 가장 열정적이고 화려한 안감을 댄 따뜻한 잿빛 수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꿈꿀 때 이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 우리는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 속에서 안식한다.” 이완의 소멸과 더불어 귀 기울여 듣는 재능이 소실되고 귀 기울여 듣는 자의 공동체도 사라진다. 이 공동체의 정반대편에 있는 것이 우리의 활동 공동체이다. “귀 기울여 듣는 재능은 깊은 사색적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에 바탕을 둔다. 지나치게 활동적인 자아에게 그런 능력은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따라서 관조적인 면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인간 성격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독서 >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 뒤에 오는 것들 - 16.09.21  (0) 2018.06.18
파리의 심리학 카페 - 16.08.25  (0) 2018.06.18
문제는 무기력이다 - 16.07.28  (0) 2018.06.18
잠의 사생활 - 16.07.26  (0) 2018.06.18
H팩터의 심리학- 16.05.27  (0) 2018.06.18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