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수료생이 되었고, 아주 푹 쉬고 있다.

동기들도 일로 다시 복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쉬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실 아직 쉬어야 할 타이밍은 아니고 계속 달려야 하는데,

쉼과 일의 균형을 잡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이 나에게 답을 가르쳐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나조차도 항상 고정불변의 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없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지키는걸 좋아하는 성격이 유연함은 부족해서,

전례없는 코비드 시대에 유연함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고 있다.

 

아무튼 이번 방학은 푹 쉬고 있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올 해 초반에 세웠던 논문 투고 계획이 어느정도 이루어져서다.

물론, 모든 과업들이 다 예상대로만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National Counselor Exam도 응시하려고 했는데, 응시 과정이 만만찮아서

방학동안 공부하려고 했던 계획도 잠시 덮어두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그나마 죄책감 없이 쉬다가도

망할 대학원생의 고질병처럼 가끔 불안과 죄책감이 올라온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 나름대로의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면 멈춰있던 과업들을 다시 시작하는데 동력이 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들 또한 더 열심히 준비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과거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 동기로 삼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돌아보면, 나름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다시 회의가 슬며시 올라오기는 한다.

나를 좀 괴롭게 해서라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혼자 너무 나태한 것은 아닌가.

긍정적인 감정으로만 내 원동력을 삼아서 괜찮은걸까, 그런 생각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그런 유독한 감정들을 통해서 일을 하다 보면

나중에 기뻐해야 할 때 진정으로 기뻐할 수 없게 된다던

지도교수님의 조언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을 좋은 동기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고 싶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들을 모두 막을 수 만은 없으니

가끔 이런 감정들도 인정하고 적극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이번 여름방학을 재정비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 해 봐야겠다.

 

불안함과 죄책감에 종식되지 말고,

그것들을 나의 동력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이제 거의 고지가 보인다. 졸업까지 아주 큰 산이 남아있는데, 

이제껏 잘 해 왔듯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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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