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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전자책은 쉽게 읽히는 책들을 고르게 되고, 그만큼 후루룩 넘겨 읽게 된다.
차분히 숨고르기 하는 기분으로, 오후를 함께 보낼 좋은 친구같았던 책.
빨강머리 앤이 스웨덴 작가의 소설인데 일본인들이 애니메이션화 했다는 말 덕분에
오후에는 급 생각난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다시 찾아서 보게 되었고..ㅎㅎ
이렇게 작품은 작품을 낳고 연결 되고
또 마음의 평온함과 따뜻함을 찾아 준다.
마지막 부분에 "앤의 말이 다 맞는건 아니야"라고 하신 작가님, 하하
책들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나도 조각조각 부스러져있는 나의 내적 세계를 구축해서 짠하게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냥 ...이 역시도 너무 에너지 드는 일이며.. '내 세계에 대한 심각하게 받아들임'은 이정도에서 멈추자 싶다.
전자책
p.22
희망이란 말은 희망 속에 있지 않다는 걸.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걸.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은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일 거라고.
p.35
"인간의 행동 중 일부는 감정 없이, 의식적인 목적 없이, 자아와 목표 사이의 진정한 동화 없이 그저 습관처럼 이루어진다. 의미 없는 행동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진심을 갖고 행동할 때 행복을 경험하고, 감각을 깨울 수 있다."
이런 저런 행복학 관련 책들을 읽다가 내가 느낀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나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직업적 성공, 발전적 진화, 자아 성장에 과도하게 관심이 큰 탓에, 나 이외에 다른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에 투자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심지어 잠 역시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대다수의 사람은 '내'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공감'을 구축해 낸 사람들이다.
p.38
(노인들의) 시간 시야가 좁아진다는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은 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과거와 미래에서 자유로워지면, 자신에게 주어진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
그러나 역시 이러한 말들은 젊은이들에게만 완벽하게 적용되기 어려운 구문이란게 아쉬웠다. 여전히 의미는 있다. 게으른 내가 요즘 실천하는 모토이기도 하다.
p.53
사실 쾌락주의는 절제를 통해 그것을 깊게 체험하라는 말과 같다. 꿀을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가 가장 행복해 하는 시간은 사실 '꿀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꿀을 기대하는 시간'이다. 꽃은 활짝 피기 전이, 꿀은 먹기 전이 가장 달콤하다.
우리는 너무 즉각적인 만족의 세계에 사는 건 아닐까? 기다림은 우리에게 결과를 떠나 과정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히려 만끽이라는 말은 이 설렘 뒤에만 따라오는 충만일지도 모른다.
p.82
부당함에 대응해 화를 낸다는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얼마나 어려운가. 화를 내지 않는 게 매너를 넘어 약자들에게만 요구되는 부당한 감정 노동이 된 세상이다. 별것도 아닌 것에 참았던 화가 폭발하는 '분노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제대로 화를 낼 수 없는 세상이 만든 부작용이다.
이젠 개인을 넘어서 사회 구조를 볼 수 있는 통찰들이 좋다.
p.86
"체 게바라의 혁명 정신도 스타벅스의 카페라테처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고 믿는 이 시대에 혁명이란 몸사이즈가 66에서 44로 줄어들거나, 키가 160에서 170으로 늘어나는 일 뿐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없다고 친구가 얘기했는데, 말과 뇌가 일치하는 사람도 보기 힘든 세상이다.
p.89
요즘같이 외모가 중요한 시대에 겉모습은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건 사실도 아니고, 솔직한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 같은 사람에게 스타일에 대해 묻는다면, 가장 쉬운 방법을 말해주고 싶긴 하다.
"그냥 계속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그걸'입으세요. 가장 중요한 건 '자주'보다 조금 더 '자주' 입어서 마치 '매일' 입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p.91
나는 한 때, 미인이 되는 건 예쁜 꽃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중요한 건 할미꽃이든 호박꽃이든 활짝 피어나는 것이다.
p.106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같이 있음을 전제하기에 가능한 말이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도 해봄직하다. 우리에겐 대체 몇 명의 진짜 친구가 필요한 걸까? 흥미롭게도 마지막 질문에 숫자로 대답한 살마이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진화생물학 교수인 로빈 던바는 진짜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던바의 수'다.
...예상보다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ㅋ
p.108
사랑을 가장한 욕망, 우정으로 포장된 필요가 아니라 진짜 감정 말이다. 나는 종종 그런 관계를 꿈꾼다. 모든 곳에 있고, 어디에도 없는 관계. 그리하여 우리 각자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관계를.
p.178
"데제생트는 짐 16개와 하인 2명을 거느리고 네덜란드 자체를 여행했을 때보다 박물관에서 골라놓은 네덜란드의 이미지들을 볼 때 네덜란드 안에 더 깊이 들어가 있다."
내게 있어 여행이란 끝없이 집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다. 내게 떠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되돌아오는 일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집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일.
p.202
누군가의 성공담에는 교훈이 있지만 위안은 없다. 우리는 누군가의 실패에서 위로받는다.
역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는 민족다운 구절이라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보편적인 현상이려니.
p.210
돈을 버는 이유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 시니컬한 후배가 있었는데, 그때 나는 그녀에게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사는 건 100퍼센트의 삶이 아니며, 또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인생의 목표를 행복에 맞추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해지기 힘들다는걸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을 바꾸셔서 반가웠다.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나 지향점은 아닐테니까. 그다시 시니컬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후배 생각이랑 내 생각이 너무 비슷해서 그런가........어쨋거나 우리사회는 피로도가 높은 사회다.
p.428
이제 나는 종종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가 아니라, '해야 하지만 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 말하게 된다. 앤과 함께 3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 온 나는 이제 '결핍'을 채우는 일 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과잉'을 덜어내는 쪽이 아닐까란 생각도 한다.
그래, 우리 세대는 아무래도 과잉의 세대이다. 그리고 그 과잉은 쓸데없는 것들의 과잉이기 때문에 진정한 결핍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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