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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전공 수업이 진지하게 시작되는 첫 날이기도 했지만, 새 어드바이저와의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어드바이저는 일년에 논문 열개씩 척척 써내는 능력있는 분이셨지만, 나와 working alliance가 그리 맞지 않았었다. 나는 능력있고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만 그분과는 얼마 있지도 않았던 미팅 자체에 스트레스를 다소 받았었다. 다른 동기들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정기적 미팅을 가졌는데,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교수가 본인은 너무 바쁜 사람이라고 엄포를 놓아 한학기를 통틀어 두번 (첫학기와 두번째 학기 plan of study 때문에) 겨우 만났고, 한번 더 약속을 요청했을 때는 본인이 double booking을 해놓고 나에게 장문의 메일로 화를 내며 약속을 취소했다. 게다가 그 더블 부킹은 두번째 더블부킹이었다. 결과적으로 이건 좀 아니다 싶어 바꿀 마음의 계기를 확실히 마련해 주신 것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장문 메일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선배들의 조언을 토대로, 과감하게 바꿔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까지는 꽤 잘한 선택이라고 느껴진다.
평소처럼 미팅을 위해 내가 논의하고 싶은 사항을 다섯가지 정도 미리 적어갔었다.
그런데 좀 감동적이었던 부분이, 첫번째 주제였던 내 이번학기 수강 과목에 대해서 교수가 미리 확인을 하고 준비를 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학과 내에 다른 교수님이 추천해주어서 들을지 고민중이었던 optional 수업을 스케쥴러에 넣어놨었는데, 그걸 먼저 확인하고 강하게 drop을 권유했다. Around March, you might say that you hate this program and you want to leave, which means this will make you burned out. 그러면서 내가 4년 동안 들을 전체 코스웍 계획을 뽑아 보여주며, 2020년이나 2021년에 들어도 충분하다고, 1학년으로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사실, 지난 어드바이저와 했어야 하는 4년 중장기 계획인데 아직까지 그걸 못했었다는 것도 새롭게 의아했고, 말하지 않았어도 미리 미팅을 위해 준비 해준 부분이 사소하면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 꽤 감동적이었다.
어드바이저 바꾸는걸 상의하러 갔을 때에도 내 학기 중 페이퍼를 보고, 내 관심사와 관련된 책을 빌려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었는데, 오늘도 책 한권을 손에 쥐어준다. 이런 케어.. 정말.. 너무 이상적인 대학원 생활이잖아...!!!!!!!!!
다음 미팅 시간을 정하는데, weekly 만나고 싶냐길래 괜찮고, 한달에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그래서 내가 여유가 좀 있을 2월 14일로 잡았는데, 이 날이 valentine's day라고 하길래 한국도 똑같다고 couples' day라고 알려줬다 ㅋㅋㅋㅋㅋ그날 나에게 시간을 내어도 괜찮은거니? 농담하며 마무리 했다.
2.
어드바이저와 미팅 한 것을 토대로 다른 교수와 미팅을 잡기 위해 메일을 보냈다.
몇 시간 후 답장이 왔는데, 자기가 이번주와 다음주가 너무 바쁘다고. 새로운 research assistance를 교육시켜야 하고 practicum도 돌아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나열을 해주며, week 3 쯤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 때 본다면 정말 고맙겠고, 그게 아니라 길지 않은 내용이라면 금주 내로 시간을 맞춰보잔다.
사실 recommendation letter를 써달고 요청하려 했던거라, 굳이 만날 필요까지 없다고.
다만 니가 바쁜데 미안하지만, letter 써줄 수 있니? 라고 물어봤더니 답장이 이렇게 왔다.
Happy to do this and will do, let's try to chat this week as it is time sensitive, maybe tomorrow after class?
사실 그리 급박한 레터는 아닌데, 3주 정도 미리 얘기하는게 교수들에게도 시간적 여유를 줄 것 같아서 빨리 얘기한 것이었다. 근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큰 호의(Happy)와 적극적인 태도(Will)를 보여주면 참 고마운거다.
미국와서 가장 크게 느끼는 행복감이 바로 대학원 생활에서 교수로부터 합리적이고 마땅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교수가 다 그렇진 않겠다. 나만 해도 내 첫번째 어드바이저가 그렇게 훌륭한 모범이었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도 내가 무언가를 요청했을 때, 일이 되게 만들고 내가 best opportunity를 가질 수 있도록 신경써 주신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사실 상상할 수 없었던 지도다.
교수라는 직업을 꿈꾸며, 이 직업은 전문직인데. 그 전문직의 의미가 학문에서의 최고 수준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것에서의 전문성도 함께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미국에 와서 양질의 mentoring과 advising을 받으며,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불리는 한국의 대학원이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하며, 말이 안통하는 상사 밑에 있으며 가장 두려웠던 점이 내가 싫어하는 저 사람의 행동을 나도 모르게 보고 배울까봐, 그 점이 가장 무서웠다. 부하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떻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람을 관리해야 할지에 관심은 커녕, 모든 일과 업무들을 엉망으로 하는 사람을 보며 속으로 많이 욕 했지만, 사람은 모방의 동물인데. 본 것이 그 뿐이라 나중에 나도 저렇게 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었다.
좋은 롤모델들이 많은 지금 행복하다. 좋은 지도들을 바탕으로 더 훌륭한 결과물들을 잘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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