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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받던 사려 깊은 남성 지인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결국 자신은 배우자를 용서하고 싶으니, 그 대가로 자신이 원했던 셋째 아이를 가지자고 해볼까 싶다는. 이것은 아내에게 주는 복수나 형벌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증표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며 그를 말렸고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비록 그는 친절한 페미니스트였으나 나는 더 이상 그를 똑바로 볼 수 없어졌다. 비위가 상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진실의 입'이 열린 현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자신을 여성주의자라 생각하는 남성이라도, 어쩌면 그 자신이 여성의 삶을 너무나도 잘 아는 여성해방운동 지지자이기 때문에 그는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 마음에, 인생과 경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 일이지만,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자신의 배우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사실 더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고 두 눈을 감고 싶을지도 모른다. 내 배를 찢고 내 경력을 단절시켜야 하는 일은 아니니까. 사람이니 그럴수도 있다. 그런데 그 무관심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의 무관심이야 그렇다 쳐도, 왜 여성들은 관심이 없는건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자신의 몸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지위 및 경력 단절까지도, 왜 "이럴 줄 몰랐다"고 말하는 걸까. 수많은 여성들이 말하는 증언을 왜 듣지 않는건가. 그동안 남성 중심주의 시각에 너무나도 동화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모든 어려움이 "직접적인 내 일은 아니"라는 그 시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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