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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온다. 벌써.
11월,12,1,2,3,4 세어보니 정말로 일년에 반이 겨울이다. 일년 중 6개월 동안 눈이 온다.
이렇게 궁시렁 거리긴 하지만 나는 눈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도 괜히 설렜다.
하얗게 온 세상이 덮히면,
소란스러운 마음도, 시끄러운 일들도 조용해 지는 것 같아서.
괜히 설레서, 잠이 오질 않는다.
금주 부터는 열시 취침을 목표로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틀렸다.
내일 아침 수업에 과연 몇명이나 빠질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오늘 수업 마치며 일부 미국 학생들은 “눈오면 난 학교 안 와..” 선언도 했다... 하
그러나 나는 뼛속 깊이 한국인인가봐....
도저히 안 간다는 생각이 안 든다. 망할 근성.
근데 정말, 그냥 첫눈이 아니다. 펑펑 첫눈이다.
잠이 안 와서 뒤적 뒤적,
예전에 썼던 글도 좀 읽어보고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이 쓴 글도 읽어보고.
큰 사람들은 언제나 깊은 통찰을 준다.
어린 시절에는 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들고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무리해서 거인이 되려고 하거나,
혹은 큰 사람인 척 하는 삶은
불행 진창이라는 걸.
한국 말에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가까이서 본 미저러블한 사람들 중에서는
담을 그릇이 안 되나, 감투가 주는 이익이 너무 좋아
그 감투를 계속해서 좇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정도의 차이겠다마는, 능력이 심하게 안 되니 옆 사람 아랫사람을 끊임없이 착취해야 하는 사람들. 그야말로 미저러블이다. 다른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된다.
어쨌거나 그들과는 사뭇 다른, 본투비 거인 같은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시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비록 나는 이제 더이상, 저렇게 큰 사람이 될래! 라고 불끈 힘을 주지는 않더라도
지금 주어진 내 자리에 감사하고
내가 하는 일에 좀 더 최선을 다해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금주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좀 더 많았다. 내일 발표도, 열정을 가진 주제지만 좀 적당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돌이켜 보니 이번 학기 시작하면서 목표 중 하나도 적당히 열심히 하는 방법 찾기 였다.
지난 해 돌이켜 보면, 수업 시간에 각자 자기 일 하는 선배들, 동기들을 보면서 내가 삽질하고 있나, 쓸데 없는데 열심히 힘을 빼나 싶을 때가 있기도 했다.
남들 위해 열심히 하는 공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에서 대충대충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힘이 좀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일년차 때는, 그래도 나중에 교수로서 이 과목들 가르치려면 열심히 해둬야지, 라는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이번학기 들어오며 적당히 열심히 하는 균형 찾기로 목표를 돌렸었다만, 다시금 처음 마음을 꺼내보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나는 더 좋다. 이게 그냥 내 생긴 모양새구나 싶다. 그게 비록 미련한 방법들일지라도. 나의 자부심에 일부분이 될 테니까.
그리고 나의 거인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역시 첫눈이 오면 소란스러운 것들이 조용해 지고,
중요한 부분들이 남게 되는 것 같다.
반갑다 겨울아...허허....
그래도 이번 겨울은 좀 더 따뜻하고 포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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