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가지 소원 -2019.11.10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1. 11. 14:31

https://youtu.be/rfHXd2ozVOk

이 노래만 들으면 마음이 뜨거워 지던 시기가 있었다.

​​​주의 아름다움 늘 바라보면서 내가 주님 전에서 주 찬양하리라, 주의 아름다움 늘 바라보면서 내가 주님 전에서 주 찬양하리라.

함께 이 찬양을 하던 우리들은 십년이 지난 지금, 목자 잃은 양 떼처럼 이리저리 흩어졌는데, 단순히 세월이 흘러서라기 보다는 우리가 쏟아부었던 열정과 헌신들이 교회의 위기와 문제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아니 오히려 약자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두 눈으로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거룩함으로 세상과 구별되라는 교회의 메시지는 보통 삶과 신앙을 이원화 시키는 것에 동원되고, 이러한 이원화는 결국 “우리끼리 행복”한 교회의 자급자족 커뮤니티, 맛을 잃은 소금, 힘을 잃은 빛을 양산해 낸다. 세상에 나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본주의를 배격하라는 외침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비합리적인, 비이성적인, 심지어는 혐오를 주장하는 것이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유혹은 너무나도 강력한데, 바로 거짓된 영웅 서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나를 배격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나만이 다른 이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은 잘못 되었다. 그런 피해자인 동시에 영웅 서사를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유혹. 교회는 이 서사를 열심히 팔고 있다.

이 한국 교회의 문제, 그리고 가나안 성도들을 생각할 때, 목자 잃은 양떼와도 같은 이 무리들을 하나님께서 얼마나 아파하실지를 떠올린다.

사모인 이모는, 유학생활을 하며 ‘다시 신앙을 회복’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예수님을 만난 후 다시 그 분을 모른 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나를 넘어서고 교회를 넘어서 우주 만물을 품으시고 안타까워 하시는, 고아와 창녀의 친구로 죽기까지 주저하지 않았던 예수를 알게 된 이상, 나는 교회의 도그마로, 거룩함이라 포장된 이원론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래도 요즘은 부쩍,
오래 전 생각들이 난다.
이해 할 수 없었던 사람들.
친구의 말처럼 “망가지고 더럽혀져” 버렸던 것만 같던 우리의 헌신과 추억들.
그 속에서 그래도 행복했던, 재밌었던 기억들을 다시 뒤적이고
먼지들을 털어보고
아 우리 그때 참, 좋았다.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들을 이제 조금은 할 수 있을 만큼
괜찮아졌다.
여전히 십년 전과 같은 메시지들의 범람속에서
속이 답답하고 화가 나 심호흡을 하지만
내가 싸울 곳이 어딘지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같은 상처를 가진 내 사람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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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