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은 한국에서 - 2019.12.26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2. 26. 10:18

2년차가 되어도 처음 하는 것이 이것 저것 많다는 감각은 낯설지가 않다.

지난 학기 내내 그런 기분을 느꼈다. '익숙해 진 줄 알았는데 이 것도 처음이군!'

부정적이지만도 긍정적이지만도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올해 연말은 한국에서 보내니, 이 또한 처음이다.

 

일주일정도 지나니 드디어 시차적응이 완료되었다.

새벽 5시면 귀신같이 일어나게 되더니, 오늘부터는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눈이 떠진다.

 

지난 해에는 한달이라는 겨울 방학이 너무 짧기도 하고,

적응 과정에 괜히 들어왔다가 마음만 싱숭생숭해 질 것 같아서

미국에서 연말을 보냈었는데,

나름 동기들 그리고 사람들과 재미있게 보냈었지만

그 다음 (두번째) 학기가 힘들었다.

시작하자마자 한국 갈 날짜를 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올해는 들어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1학년 후배에게도 그렇게 조언해서 그 친구도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보고 싶었던 독립영화들을 보고, 서울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배우자와 술을 마시고, 가족들과 사람들을 만나고.

일주일을 꽉꽉 채워 보냈다.

한국에서 먹고 싶었던 것도, 생각만큼 어마어마하게 샘솟진 않지만

잔잔하게 열심히 먹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오늘,

조용한 평일 느낌이 오랜만에 들어서

(실은 점심 약속이 오후 2시로 꽤 늦은 편이라)

집에서 평화로운 업무 가능 시간이 확보가 되었다.

 

성적을 확인해 보니 A-가 하나 있다 (-_-)

박사 생활에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그리고 괜히 수업시간에 나만 열심히 힘 빼는 것 같아서

이번학기 목표는 적당히 하자였는데

막상 적당히 해서 적당한 성적을 받아들고 나니

처음 받는 A-성적이 괜히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정말로 생각을 해 보면,

이번학기 처음 세웠던 목표에 어느정도 달성을 한 거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일에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 이번학기에 생각했던 대로

연구에 조금 더 집중해서 새로운 프로젝트 론칭이 가능했단걸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 줘야 할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수업은 적당히 하자고 세웠던 목표도 달성했다.

역시, 최선을 다해서 하지 않으면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는건 아무래도 욕심이라는 결론도 함께.

게다가 몇몇 수업은 A+성적이 아예 존재하질 않으니

이정도는 선방이구나 싶다.

 

성적이 뭐 별건가 싶다가도,

이렇게 점을 찍어서 점검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학업과 다르게, (실제로는 학업의 많은 부분에서 조차도) 인생에는 성적표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연말, 연초, 생일, 기념일을 점 찍어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점검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점을 찍는 이번 방학,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푹 쉬고

했던 일들을 점검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고

그렇게 정비하는 이 시간들이 아주 행복하다.

 

아무래도 내년 연말도 한국에서 보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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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