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 2020. 01. 03

독서/기타 2020. 1. 3. 11:53

 

추천의 말

 무심히 죄를 지은 이는 평생 그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꺼이 무게를 나누려던 이는 삶 전체가 불행으로 말려든다. 그리고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아이가 있다. 아이의 이름은 '호재'. 행복과 기대가 담긴 거창한 이름을 붙여 준 어른들은 정작 자신의 운명에 허우적대느라 아이를 잊었다.

"호재"는 휘둘리고 뒤틀리느라 자라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 그리고 당신의 변명이고 진심이다. 커다란 몸 안에 웅크린 아이를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 어떻게 이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한 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였으므로. 이제 그 아이의 눈을 피하는 어른이 되었으므로.

성실과 호의는 성과와 예의로 돌아오지 않고, 행운과 불운은 언제나 가장 부적절한 순간에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삶은 첫 번째 경험이고 우리는 매 순간 무능하다. 태연한 얼굴로 일상을 살아 내는 평범한 당신, 사실은 가혹하고 냉정한 운명 앞에서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당신, 당신의 눈물과 한숨 끝에 이 소설을 놓아 주고 싶다. - 조남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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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중 특히 소설의 백미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삶에 흠뻑 들어가 결국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철딱서니 없는 인간들,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망한다.'고 주구장창 말하고 다니는 내게, 담담한 어조로, 누구보다 어린이자 어른이었던 호재의 태도로, 사람들의 삶을 풀어내 준 작품. 그 누구도 혐오하고 증오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해 준 황현진 소설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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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 작가, 현재는 번역가, 미래는 작가라는 14년차 번역가 노지양님의 마음 번역 에세이라고.

 

글을 쓰고 싶다는 글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14년간 해 온 번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뚝 뚝 묻어나는 책.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빛이 나는 법이다.

posted by sergeant

 

 

작가의 말

우리는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그와 내 역사의 공집합을 기억하며 만든 창작물 중 일부가 이 책에 묶였다.

(...) 나를 낳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오해로 쓰인 책이다.

(...) 그렇지만 엄마의 훌륭한 교본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님을 내내 기억하며 용기를 내어 책을 만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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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어떤 글이나 말도, 깔끔하게 단정짓기가 어려워 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나는 나의 모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에게 우리 엄마란, 날 때부터 부모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태어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유년시절은 든든한 산과도 같은 부모 슬하에서 안정감 있게 자라났지만,

모든 일에 양면이 있듯이 내가 부모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오랜 시간이 들었다.

사실은 아직까지도, 나는 부모 울타리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자식의 역할이 익숙하다.

나는 부모가 되지 않기로 선택했으니, 아마 나는 영원히 부모됨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이해할 수 없음이 그리 아쉽지 않은 이유는

내가 설령 부모가 된다고 하더라도 내 부모의 마음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삶은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고 이해하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너무 연민하지도 그렇다고 매정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나의 엄마와도 이번 여행에서는 아주 조금 더 친구처럼 지내게 되려나,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