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2019] 통계 튜터링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0. 31. 08:21

오피스에서 1년차 & 2년차 미국인 친구들한테 통계 튜터링 해주고
사과 도넛과 함께 좋은 선생님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도 들었다.
(ㅋㅋ좋은 사람 까지?....)

미국인들 중에 통계를 꽤나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통계에 대한 압박감과 힘듦이 교수자에 대한 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가장 좋은 교수 중 하나에 꼽힐 수도 있을 것 같은 강의자에 대해
(그리고 실제로 1년차 친구도 처음에는 그 교수 너무 좋다고 말했었지만)
이것 저것 불평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마무리 했다.

그러고 보면,
각 사람들의 타인과 현상에 대한 평가는 어쩜 이렇게 '엄청나게' 서로 다를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부분이
나중에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지금의 교수자만큼이나 완벽하게 수업을 준비하더라도
아무튼간에 불만인 학생들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이상하게 놓인다.

잘 배울 수 있도록 빡세게 가이드 해 주는 선생보다는,
쉬운 교수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생각 혹은,
잘 가르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통계 내용을 수업에 포함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리고 통계를 친숙하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강의자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생각은
좀 의기소침해 지긴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보면
It is not my fault라는 깊은 신념이 탑재되는 순간들이다.

피드백에 열려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학생들의 이 수많은 불평불만에 흔들리지 않는 교수자가 되려면
몇 년이나 걸릴지, 설마 평생 다 가도 못 이루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그건 일단 좀 먼 이야기이고,
프로그램에 있는 우리 모두들
잘 서바이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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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

[10/28/2019] 첫눈이 온다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0. 29. 14:24

첫눈이 온다. 벌써.
11월,12,1,2,3,4 세어보니 정말로 일년에 반이 겨울이다. 일년 중 6개월 동안 눈이 온다.

이렇게 궁시렁 거리긴 하지만 나는 눈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도 괜히 설렜다.
하얗게 온 세상이 덮히면,
소란스러운 마음도, 시끄러운 일들도 조용해 지는 것 같아서.

괜히 설레서, 잠이 오질 않는다.
금주 부터는 열시 취침을 목표로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틀렸다.
내일 아침 수업에 과연 몇명이나 빠질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오늘 수업 마치며 일부 미국 학생들은 “눈오면 난 학교 안 와..” 선언도 했다... 하

그러나 나는 뼛속 깊이 한국인인가봐....
도저히 안 간다는 생각이 안 든다. 망할 근성.


근데 정말, 그냥 첫눈이 아니다. 펑펑 첫눈이다.



잠이 안 와서 뒤적 뒤적,
예전에 썼던 글도 좀 읽어보고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이 쓴 글도 읽어보고.

큰 사람들은 언제나 깊은 통찰을 준다.

어린 시절에는 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들고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무리해서 거인이 되려고 하거나,
혹은 큰 사람인 척 하는 삶은
불행 진창이라는 걸.

한국 말에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가까이서 본 미저러블한 사람들 중에서는
담을 그릇이 안 되나, 감투가 주는 이익이 너무 좋아
그 감투를 계속해서 좇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정도의 차이겠다마는, 능력이 심하게 안 되니 옆 사람 아랫사람을 끊임없이 착취해야 하는 사람들. 그야말로 미저러블이다. 다른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된다.

어쨌거나 그들과는 사뭇 다른, 본투비 거인 같은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시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비록 나는 이제 더이상, 저렇게 큰 사람이 될래! 라고 불끈 힘을 주지는 않더라도

지금 주어진 내 자리에 감사하고
내가 하는 일에 좀 더 최선을 다해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금주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좀 더 많았다. 내일 발표도, 열정을 가진 주제지만 좀 적당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돌이켜 보니 이번 학기 시작하면서 목표 중 하나도 적당히 열심히 하는 방법 찾기 였다.

지난 해 돌이켜 보면, 수업 시간에 각자 자기 일 하는 선배들, 동기들을 보면서 내가 삽질하고 있나, 쓸데 없는데 열심히 힘을 빼나 싶을 때가 있기도 했다.
남들 위해 열심히 하는 공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에서 대충대충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힘이 좀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일년차 때는, 그래도 나중에 교수로서 이 과목들 가르치려면 열심히 해둬야지, 라는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이번학기 들어오며 적당히 열심히 하는 균형 찾기로 목표를 돌렸었다만, 다시금 처음 마음을 꺼내보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나는 더 좋다. 이게 그냥 내 생긴 모양새구나 싶다. 그게 비록 미련한 방법들일지라도. 나의 자부심에 일부분이 될 테니까.
그리고 나의 거인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역시 첫눈이 오면 소란스러운 것들이 조용해 지고,
중요한 부분들이 남게 되는 것 같다.
반갑다 겨울아...허허....

그래도 이번 겨울은 좀 더 따뜻하고 포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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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

[10/23/2019] 우리는 섬과 같은 존재들이다.

생각 2019. 10. 24. 10:23

어제는 감사한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서 열린 기독교 페미니즘 강좌 녹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공부도 안했다 하하)

그런데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마지막 부분에 사촌 동생이 질문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질문의 내용인 즉, 교회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낙인이 생겨 버려

무슨 이야기만 해도 그렇게 해석 되고, 지치게 된다는 요지였다.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심정인지 알 것 같아서.

 

불과 몇달 전에 내가 썼던 글들에도, 그런 말들이 있다.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건가.]

여기는 기독교이고, 뭘은 기독교 페미니즘을 가리키며, 있는건가는 의미가 있냐는 질문이었는데.

 

요즘 통 사촌동생한테 신경도 못 써서

강좌 디브리핑이나 같이 하자 싶어서 연락했서 안부를 물으니

동생이 거의 비슷한 말을 한다.

삽질 하는 것 같다고.

노답 중에 노답인데, 여기서 괜히 힘 빼고 있는 것 같다고.

 

맞는말이기도 한데,

삽질도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도 의미 있고.

힘 빼는 것도 과정 이고,

또 그게 결과값이 0에 수렴하는 아무것도 아닌 일만은 아니다.

 

동생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교수님께서는

지지 자원들을 찾으라고 하셨는데, 공감가는 말이었고 감사했다.

지치지 않으려면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섬과 같은 존재들이다.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들은

주체적 개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기 힘든 환경에 있어왔고,

그렇기에 여성으로서 연결될 수 없었고

당연히 서로의 여성으로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는 한 개인이 페미니스트로서의 인식을 발달시킨 이 후라도, 

동일하게 적용이 된다. 

우리의 주체성은 매 순간 위협 받고,

여성으로서 여성을 위하고자 하는 이들과 연결 되기란 쉽지가 않고,

그래서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나 또한 여성주의자로서, 내 뇌를 씻어주는 사람.

통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을 가졌었지만, 오래지 않아 잃었다.

 

그렇지만 절망하지만은 않는 것이,

그들이 지금 비록 나와 연결 될 수 없더라도

어딘가에서 내 흔적을 만나고, 나와 같은 생각, 혹은 다른 생각을 하고,

우리가 했던 대화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가끔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차 안에서, 혼자 만의 방에서 피식 웃고 있겠지. 그런 생각 때문에.

 

우리는 떨어져 있는 섬과 같은 존재들이지만,

그게 결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이기 때문에

더 이상 절망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다만 그리울 뿐이고,

그래서 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함께 디브리핑 하는 것 정도.

함께 이야기하고, 분석해 통찰을 나누고, 

그리고 그녀의 선택들에 단단한 지지를 보내는 것 정도.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것들 중 하나겠지, 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누군가가 그렇게 해 주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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