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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가 되어도 처음 하는 것이 이것 저것 많다는 감각은 낯설지가 않다.
지난 학기 내내 그런 기분을 느꼈다. '익숙해 진 줄 알았는데 이 것도 처음이군!'
부정적이지만도 긍정적이지만도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올해 연말은 한국에서 보내니, 이 또한 처음이다.
일주일정도 지나니 드디어 시차적응이 완료되었다.
새벽 5시면 귀신같이 일어나게 되더니, 오늘부터는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눈이 떠진다.
지난 해에는 한달이라는 겨울 방학이 너무 짧기도 하고,
적응 과정에 괜히 들어왔다가 마음만 싱숭생숭해 질 것 같아서
미국에서 연말을 보냈었는데,
나름 동기들 그리고 사람들과 재미있게 보냈었지만
그 다음 (두번째) 학기가 힘들었다.
시작하자마자 한국 갈 날짜를 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올해는 들어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1학년 후배에게도 그렇게 조언해서 그 친구도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보고 싶었던 독립영화들을 보고, 서울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배우자와 술을 마시고, 가족들과 사람들을 만나고.
일주일을 꽉꽉 채워 보냈다.
한국에서 먹고 싶었던 것도, 생각만큼 어마어마하게 샘솟진 않지만
잔잔하게 열심히 먹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오늘,
조용한 평일 느낌이 오랜만에 들어서
(실은 점심 약속이 오후 2시로 꽤 늦은 편이라)
집에서 평화로운 업무 가능 시간이 확보가 되었다.
성적을 확인해 보니 A-가 하나 있다 (-_-)
박사 생활에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그리고 괜히 수업시간에 나만 열심히 힘 빼는 것 같아서
이번학기 목표는 적당히 하자였는데
막상 적당히 해서 적당한 성적을 받아들고 나니
처음 받는 A-성적이 괜히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정말로 생각을 해 보면,
이번학기 처음 세웠던 목표에 어느정도 달성을 한 거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일에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 이번학기에 생각했던 대로
연구에 조금 더 집중해서 새로운 프로젝트 론칭이 가능했단걸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 줘야 할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수업은 적당히 하자고 세웠던 목표도 달성했다.
역시, 최선을 다해서 하지 않으면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는건 아무래도 욕심이라는 결론도 함께.
게다가 몇몇 수업은 A+성적이 아예 존재하질 않으니
이정도는 선방이구나 싶다.
성적이 뭐 별건가 싶다가도,
이렇게 점을 찍어서 점검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학업과 다르게, (실제로는 학업의 많은 부분에서 조차도) 인생에는 성적표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연말, 연초, 생일, 기념일을 점 찍어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점검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점을 찍는 이번 방학,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푹 쉬고
했던 일들을 점검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고
그렇게 정비하는 이 시간들이 아주 행복하다.
아무래도 내년 연말도 한국에서 보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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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는 실습이 있어서 일주일 중 하루가 아예 비워져 있었다. 초반엔 적응하기 쉽지 않았는데 중반이상으로 가며 많이 익숙해 지고, 새로운 자극도 많이 되고 미국인들의 문화적 스피릿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실습을 많이 즐길 수 있었다. 수퍼바이저에게 참 감사하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운의 영역에 가까운데, 확률적으로 좋은 사람(i.e. 자기 할 일에 신실함을 유지하는 이들이) 더 많은 곳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게 큰 행운으로 느껴진다.
프로젝트도 수업 과제물들과 연결을 좀 더 지을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테스크들이었는데 무난하게 잘 끝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학기는 꽤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적응이 많이 되었나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적응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거구나 싶다. 보통 가을학기보다 봄학기가 더 긴 편이라고 느껴지는데, 다가올 봄학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겨울 방학은 지난 여름 방학만큼 미리 여행을 준비하고 기대하고 날짜를 세진 않았다. 아무래도 4개월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라 그런듯. 중간중간에 이렇게 한국에 다녀올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다행이다.
페이퍼 두개가 남았는데 막판 스퍼트를 내서 잘 마무리 지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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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오랫동안 동업을 해 온 건축업자와 부동산 사장이 있었다.
둘은 아주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 했는데, 건축업자가 은퇴를 결심했다.
은퇴를 결심한 건축업자에게, 부동산 사장이 마지막으로 한번만 니가 원하는 가장 멋진 집을 만들어 달라고, 재료값이나 시공비는 자유롭게 쓸 수 있겠다고 부탁/사정을 했다.
건축업자는 부동산 사장이 원하는대로 집을 만들었지만, 자재를 빈약하게 쓰고 모퉁이를 깎아 자신의 이익을 챙겼다 (cut-corners를 한 것이다).
지루했던 공사가 끝나고, 부동산 업자에게 일의 마감을 알린 건축업자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자신이 모퉁이를 깎아 이익을 만들었던 그 집이 사실은 부동산 업자가 건축업자를 위해 마련한 마지막 선물이었다고.
원하던 집이 생겼으니 이제 그 곳에 들어가 살기만 하면 된다고, 열쇠를 쥐어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모퉁이를 깎아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기꾼들에게,
결국은 자신이 깎은 모퉁이 만큼 그 손해를 받게 된다는 교훈을 전해 준다.
현실이 동화처럼 권선징악적이거나 납작하지는 않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위안이 된다.
시키는 대로 모두 제대로 다 해내고 싶은 assigned readings, RA works, 그리고 맡겨진 업무들 가운데에서
"뭘 그렇게 까지 하냐." "적당히 해라."라는 메시지가 많았던 이전의 한국사회, 그리고
심지어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신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빠르게든, 느리게든 간에 사람들은 서로의 됨됨이를 너무나도 잘 알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또 하나의 신념과,
모퉁이를 깎는 이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고 존경하고 싶거나 따르고 싶은 성실한 학자들과 가까이 하고 싶어서,
결국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맞물려서.. 오늘도 리딩을 하고 있네.
수업 시간에 discussion을 하다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옹호를 해야 할 때가있다.
그럴 때면, 내가 한국에서 상담을 배워서 좀 다른건가 싶긴 한데.
막상 논문들을 읽고 나면, 그리 다르지도 않았어서..
결국 작은 사실이든 (ex. 그 이론에서 단계 순서가 그게 아닌데?)
큰 토론이었든 (ex. 상담사로 training을 받을 때 한국에선 personal therapy가 의무인 곳도 있어. 미국은 이게 완전 이상한 얘기처럼 받아들여 진다고?)
즉시 검증이 되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든 간에 책에서 논문에서 다 평이하게 뒷받침 되는 나의 의견들..
제발 책 좀 읽고 오라고 말을 해 줄 수도 없고...
여자로서 그리고 이방인으로서,
아무튼간에 나는 좀 더 의견에 자신감을 가지고
또 authoritative information과 citation을 많이 모아야 겠다고,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점에서 오늘 리딩 하다 발견한 공감되는 말들 적어두기.
Psychotherapy works (Miller, Hubble, Chow, & Seidel, 2013).
Some therapists are more (or less) helpful than others (Miller, Hubble, & Duncan, 2007)
What does reliably improve is therapists' confidence in their abilities (Miller et al., 2007).
Taking each in order, although nearly 80% of practitioners cite a personal therapy as key to becoming a better therapist-second only to supervision (Orlinksy & Ronnestad, 2005).
In sum, expertise is not inherited nor does it directly follow from mere time spent in a given field or profession. Instead, top performers are made, a result of their "life-long... deliberate effort to improve".
Erisson and colleagues (1993) found that the best work harder and smarter at improving their craft than the less capable players. Specifically, those at the top spent significantly more time- three times as much- than those at the bottom engaged in solitary activities specifically designed to better their performance. The best were more dedicated in every way. They devoted less time to leisure and more time to music-related activities. Additionally, they knew when they were slacking off, unlike the other subjects in the study who tended to underestimate time spent in recreation and relaxation.
Since the publication of this initial research, similar results have been found in sports, chess, business, computer programming, teaching, medicine, and surgery. Ericsson et al. (1993) introduced the term deliberate practice to refer to the universal process associated with the development and maintenance of expertise across a variety of pursu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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