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4/2019] 사뭇 다른 첫날, 적응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 15. 03:58

어제는 N과 사십분 가량 통화를 했다. 근황 및 심경 토크.

아침 수업이 8시 월,수,금에 있다. 지난 학기 월화수목 8시30분보다 더 빡세졌다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져서인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물론 아침에 알람을 듣고 몸을 일으키면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15분 정도 더 잤더니 딱 그만큼 시간이 부족해서 5분 정도 늦게 새로운 수업장소에 늦게 도착했는데, 수업이 막 시작된 듯 했다. 익숙한 교수님 (지난학기 intermediate class 교수님이 이번 advanced도 가르치시는 수업), 익숙한 형식의 수업이라 5분 늦은 불안감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전공수업이 아닌데도 얼굴이 제법 익숙한 중국인, 일본인 친구들도 있다. 지난학기 함께였던 미국인 친구들은 거의 수강을 안하는 것 같고, 동기 한명만 (불평하며) 살아 남아있다.

Discussion session까지 무난하게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김치찌개에 밥한그릇 뚝딱 후, (결국 고장난) printer replacement 신청도 하고, 지난번에 따냈던 500불짜리 grant 돈이 언제 들어오냐고 확인(독촉) 전화도 넣었다. 나는야 부지런한 한국인.

지난학기 처음 시작할 때에도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었다. 미국에 한달 먼저 들어와서 차도 구매한 뒤였고, 한달의 생활로 인해 시차적응도 완벽하다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을 돌아보니 참 느낌이 다르다.

우선, 가지고 있던 전반적인 불안 level이 아주 내려갔다. 이번학기도 어떻게든 잘 버텨낼 수 있을것이란 마음이 아주 자연스럽게 든다.
N과 얘기를 하며, 유학 첫학기는 감정의 동요가 극심한 학기라는 것에 동의를 했다. N은 본인의 첫학기 때 자기자신이 좀 이상했던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작은 것에도 쉽게 반응하고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시간. 나는 단단한 사람이라 자부하고 있었지만,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역시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것은 시간도 노력도 마음도 많이 쓰이는 일인가보다.
언어를 백퍼센트 다 알아듣는 것은 여전히 아니지만, 많이 편안해졌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줄한줄 해석하고 기억하려 하던 한학기 전의 내가 안쓰럽다. 다른 수업들이 시작되면 여전히 어려움이 있겠지만, 괜찮을거란 생각이 든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만들어주는 편안함. 신기하다. 이 편안함 때문에 나는 통제욕구가 강한 것이구나, 다시 한번 나를 이해해주는 시간을 가져본다. 오늘의 할 일들(책읽기, 논문읽기, grant 글쓰기) 을 잘 마무리 하고 이번 한주도 잔잔하게 평화롭게 힘차게 잘 시작해 봐야겠다 :)



posted by sergeant
한시간 째 프린터를 잡고 씨름하다 관두었다.
오랜만에 일을 하려니 프린터놈도 나처럼 적응이 안 되나보다.

미국 유학 생활 두번째 학기가 시작된다. 
첫번째 학기를 끝내면서 무언가 정리하고 싶기도 했으나, 영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한국에서 익숙해져 있던 한 해의 시작과 새 학년의 시작의 일치감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지금에도 영향을 주는것인지, 부유하는 느낌과 불일치감이 생긴다.

새로운 한 해를 2학년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한 학기밖에 안 끝냈다니.

'이건, 이래야만 할 것 같아' (should) 라는 생각과 마음은 내게 항상 거추장 스럽다. 게다가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부유하는 느낌으로 살다가 시간이 휙 가버릴까봐 조금은 두렵다.


이렇게 궁시렁 거리고 있지만, 꽤 평화로운 겨울 방학 시간을 보냈다.

연예인 홍진경씨가 한 말 중에, 행복이란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했는데,

요즘 내가 그렇게 생활해 왔었다. 심심하고 평화로운 생활. 어릴 적에 생각하던 행복의 모습과는 참 다른 시간.

이 한가로운 방학 생활을 청산해야 한다니.. 마음으로 눈물이 줄줄.


첫 가을 학기는, 에너지를 활활 태운 학기였다.

많은 분들이 첫 학기는 생존만 해도 잘 하는 거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1. 운전에도 많이 익숙해 졌고

2. 집 정리, 생활 패턴 안정화도 많이 했고

3. *지도교수도 바꾸었고

4. 학회에 가서 발표도 한번 했다. (주어진 1년 travel Grant를 다 사용해서, 다가올 학기에 갈 학회를 위한 새grant 획득!)

생존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에너지를 활활 태우고 나니 학기 말 쯤에는 번아웃이 살짝 오는 것 같았다.

유학 생활을 시작하며 좋은 동료,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서 행복하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익숙했던 것들과의 작별, 언어 장벽의 문제, 혼자서 많은 것들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긴장감에

생활 전반에 깊은 슬픔이 깔려있었다.

최근들어 기억해 낸 사실은,

20대 초반까지 나는 꽤 우울한 사람이었고

"똑똑한 사람은 우울한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우울 예찬론자들의 주장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그런 슬픔의 감정들을 꽤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다.

외부적으로 부조리한 일들에 분노했기 때문도 있고, 그 분노가 동력이 되어 무언가를 계속 하게 했기 때문도 있고,

배우자가 제공해준 완벽한 안전기지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30대로 들어서면서, 십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들이 든다는건 참 재밌는 일이다.


이번 학기는 또 어떤 일들이 생길까?

항상 예측하고 싶어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는데.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이번학기에는

1. 학회에 가서 발표를 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여름 방학에 진행할 연구를 위한 준비를 끝내고, grant를 지원받을 수 있었으면!


올 한 해 장기적으로는

- 배우자의 이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한 해동안 바라는게 내 자신의 목표가 아닌 남의 목표였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남이라니 좀 이상하긴 하네.

2019년은 어떤 색일까 궁금하다. 무엇을 얻고 어떻게 변화하고 또 지켜낼 수 있을까?


글로 적고 나니 조금은 더 기대가 된다.

Youtube 아저씨들의 조언대로 30분 코드 빼놨었으니 제발 다시 일해랴 프린터야!!

이번학기도 화이팅 :)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