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ivity - 02/26/2020

미국유학/유학생활 2020. 2. 27. 14:04

위스키를 한잔 하면서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매일의 마무리 시간이 되면, 어떤 날은 오늘 참 많은 일을 했다 싶고 어떤 날은 오늘 왜 이렇게 한게 없나 싶을 때가 있다.

지난 학기부터 좋은 사람이 후배로 들어와서, 같이 수업도 듣고 밥도 먹고 이런 저런 속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은데, 이 이야기도 그 친구와 나눈 이야기 중 하나였다.
어쩌면 일을 많이 한 날은 한 게 없다고 느껴지는 날이고, 일을 많이 못 한 날이 한게 많다고 느껴지는 날일 수도 있다고.

합리적인 이유는 없지만, 맞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오늘(수요일)은 이번 학기 중 가장 바쁜 날이다.
10시30분에 성범죄 학생 자문위원회 회의가 있고,
수업이 두개가 있어서 도시락을 싸오는게 좋은 날 (밥 사러 갈 시간도 촉박함).
게다가 오늘은 9시30분에 학과장이랑 회의도 있고 점심 먹을 시간에는 workshop을 신청해 놔서, 하루종일 풀이었다.

좋았던 건, 워크샵에서 주문 된 샌드위치가 너무 많아서 남은거 다 가져가라길래 저녁으로도 먹으려고 한개 더 집어왔더니 저녁 수업을 하며 밥을 든든하게 먹은 탓에 오피스로 다시 돌아가 10시까지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 하루 열두시간 이상을 정말 열심히 일을 했는데, 막상 집에 와 보니 오늘 왜 이렇게 한 것이 없나 싶은 기분이 드는거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 보니,
해야 할 일들을 많이 하는 날이 좋은 날 (“오늘 많은 일을 했군!”)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었던 날이 좋은날 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날들 마저도 가끔은, 오늘은 성과가 많지는 않았네 싶은 마음도 든다는 사실 까지도.

 

그러나 매일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만 살 수는 없으니, 이렇게 하루종일 다른 의무들로 바쁜 날도 그럭저럭 잘 보낸 날이라고. 오늘 하루도 참 많이 수고 했다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달이 된 후에,
그렇게 일년 이년 삼년이 지나고 나면
나는 조금 더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을 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렇게 오늘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성실하게 채워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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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은 한국에서 - 2019.12.26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2. 26. 10:18

2년차가 되어도 처음 하는 것이 이것 저것 많다는 감각은 낯설지가 않다.

지난 학기 내내 그런 기분을 느꼈다. '익숙해 진 줄 알았는데 이 것도 처음이군!'

부정적이지만도 긍정적이지만도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올해 연말은 한국에서 보내니, 이 또한 처음이다.

 

일주일정도 지나니 드디어 시차적응이 완료되었다.

새벽 5시면 귀신같이 일어나게 되더니, 오늘부터는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눈이 떠진다.

 

지난 해에는 한달이라는 겨울 방학이 너무 짧기도 하고,

적응 과정에 괜히 들어왔다가 마음만 싱숭생숭해 질 것 같아서

미국에서 연말을 보냈었는데,

나름 동기들 그리고 사람들과 재미있게 보냈었지만

그 다음 (두번째) 학기가 힘들었다.

시작하자마자 한국 갈 날짜를 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올해는 들어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1학년 후배에게도 그렇게 조언해서 그 친구도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보고 싶었던 독립영화들을 보고, 서울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배우자와 술을 마시고, 가족들과 사람들을 만나고.

일주일을 꽉꽉 채워 보냈다.

한국에서 먹고 싶었던 것도, 생각만큼 어마어마하게 샘솟진 않지만

잔잔하게 열심히 먹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오늘,

조용한 평일 느낌이 오랜만에 들어서

(실은 점심 약속이 오후 2시로 꽤 늦은 편이라)

집에서 평화로운 업무 가능 시간이 확보가 되었다.

 

성적을 확인해 보니 A-가 하나 있다 (-_-)

박사 생활에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그리고 괜히 수업시간에 나만 열심히 힘 빼는 것 같아서

이번학기 목표는 적당히 하자였는데

막상 적당히 해서 적당한 성적을 받아들고 나니

처음 받는 A-성적이 괜히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정말로 생각을 해 보면,

이번학기 처음 세웠던 목표에 어느정도 달성을 한 거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일에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고

실제로 이번학기에 생각했던 대로

연구에 조금 더 집중해서 새로운 프로젝트 론칭이 가능했단걸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 줘야 할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수업은 적당히 하자고 세웠던 목표도 달성했다.

역시, 최선을 다해서 하지 않으면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는건 아무래도 욕심이라는 결론도 함께.

게다가 몇몇 수업은 A+성적이 아예 존재하질 않으니

이정도는 선방이구나 싶다.

 

성적이 뭐 별건가 싶다가도,

이렇게 점을 찍어서 점검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학업과 다르게, (실제로는 학업의 많은 부분에서 조차도) 인생에는 성적표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연말, 연초, 생일, 기념일을 점 찍어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점검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점을 찍는 이번 방학,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푹 쉬고

했던 일들을 점검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고

그렇게 정비하는 이 시간들이 아주 행복하다.

 

아무래도 내년 연말도 한국에서 보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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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d 학기끝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2. 14. 00:22

이번 학기는 실습이 있어서 일주일 중 하루가 아예 비워져 있었다. 초반엔 적응하기 쉽지 않았는데 중반이상으로 가며 많이 익숙해 지고, 새로운 자극도 많이 되고 미국인들의 문화적 스피릿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실습을 많이 즐길 수 있었다. 수퍼바이저에게 참 감사하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운의 영역에 가까운데, 확률적으로 좋은 사람(i.e. 자기 할 일에 신실함을 유지하는 이들이) 더 많은 곳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게 큰 행운으로 느껴진다.

프로젝트도 수업 과제물들과 연결을 좀 더 지을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테스크들이었는데 무난하게 잘 끝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학기는 꽤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적응이 많이 되었나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적응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거구나 싶다. 보통 가을학기보다 봄학기가 더 긴 편이라고 느껴지는데, 다가올 봄학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겨울 방학은 지난 여름 방학만큼 미리 여행을 준비하고 기대하고 날짜를 세진 않았다. 아무래도 4개월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라 그런듯. 중간중간에 이렇게 한국에 다녀올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다행이다.

페이퍼 두개가 남았는데 막판 스퍼트를 내서 잘 마무리 지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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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가지 소원 -2019.11.10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1. 11. 14:31

https://youtu.be/rfHXd2ozVOk

이 노래만 들으면 마음이 뜨거워 지던 시기가 있었다.

​​​주의 아름다움 늘 바라보면서 내가 주님 전에서 주 찬양하리라, 주의 아름다움 늘 바라보면서 내가 주님 전에서 주 찬양하리라.

함께 이 찬양을 하던 우리들은 십년이 지난 지금, 목자 잃은 양 떼처럼 이리저리 흩어졌는데, 단순히 세월이 흘러서라기 보다는 우리가 쏟아부었던 열정과 헌신들이 교회의 위기와 문제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아니 오히려 약자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두 눈으로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거룩함으로 세상과 구별되라는 교회의 메시지는 보통 삶과 신앙을 이원화 시키는 것에 동원되고, 이러한 이원화는 결국 “우리끼리 행복”한 교회의 자급자족 커뮤니티, 맛을 잃은 소금, 힘을 잃은 빛을 양산해 낸다. 세상에 나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본주의를 배격하라는 외침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비합리적인, 비이성적인, 심지어는 혐오를 주장하는 것이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유혹은 너무나도 강력한데, 바로 거짓된 영웅 서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나를 배격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나만이 다른 이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은 잘못 되었다. 그런 피해자인 동시에 영웅 서사를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유혹. 교회는 이 서사를 열심히 팔고 있다.

이 한국 교회의 문제, 그리고 가나안 성도들을 생각할 때, 목자 잃은 양떼와도 같은 이 무리들을 하나님께서 얼마나 아파하실지를 떠올린다.

사모인 이모는, 유학생활을 하며 ‘다시 신앙을 회복’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예수님을 만난 후 다시 그 분을 모른 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나를 넘어서고 교회를 넘어서 우주 만물을 품으시고 안타까워 하시는, 고아와 창녀의 친구로 죽기까지 주저하지 않았던 예수를 알게 된 이상, 나는 교회의 도그마로, 거룩함이라 포장된 이원론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래도 요즘은 부쩍,
오래 전 생각들이 난다.
이해 할 수 없었던 사람들.
친구의 말처럼 “망가지고 더럽혀져” 버렸던 것만 같던 우리의 헌신과 추억들.
그 속에서 그래도 행복했던, 재밌었던 기억들을 다시 뒤적이고
먼지들을 털어보고
아 우리 그때 참, 좋았다.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들을 이제 조금은 할 수 있을 만큼
괜찮아졌다.
여전히 십년 전과 같은 메시지들의 범람속에서
속이 답답하고 화가 나 심호흡을 하지만
내가 싸울 곳이 어딘지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같은 상처를 가진 내 사람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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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2019] 통계 튜터링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0. 31. 08:21

오피스에서 1년차 & 2년차 미국인 친구들한테 통계 튜터링 해주고
사과 도넛과 함께 좋은 선생님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도 들었다.
(ㅋㅋ좋은 사람 까지?....)

미국인들 중에 통계를 꽤나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통계에 대한 압박감과 힘듦이 교수자에 대한 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가장 좋은 교수 중 하나에 꼽힐 수도 있을 것 같은 강의자에 대해
(그리고 실제로 1년차 친구도 처음에는 그 교수 너무 좋다고 말했었지만)
이것 저것 불평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마무리 했다.

그러고 보면,
각 사람들의 타인과 현상에 대한 평가는 어쩜 이렇게 '엄청나게' 서로 다를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부분이
나중에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지금의 교수자만큼이나 완벽하게 수업을 준비하더라도
아무튼간에 불만인 학생들이 있을거라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이상하게 놓인다.

잘 배울 수 있도록 빡세게 가이드 해 주는 선생보다는,
쉬운 교수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생각 혹은,
잘 가르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통계 내용을 수업에 포함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리고 통계를 친숙하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강의자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생각은
좀 의기소침해 지긴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보면
It is not my fault라는 깊은 신념이 탑재되는 순간들이다.

피드백에 열려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학생들의 이 수많은 불평불만에 흔들리지 않는 교수자가 되려면
몇 년이나 걸릴지, 설마 평생 다 가도 못 이루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그건 일단 좀 먼 이야기이고,
프로그램에 있는 우리 모두들
잘 서바이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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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2019] 첫눈이 온다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0. 29. 14:24

첫눈이 온다. 벌써.
11월,12,1,2,3,4 세어보니 정말로 일년에 반이 겨울이다. 일년 중 6개월 동안 눈이 온다.

이렇게 궁시렁 거리긴 하지만 나는 눈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도 괜히 설렜다.
하얗게 온 세상이 덮히면,
소란스러운 마음도, 시끄러운 일들도 조용해 지는 것 같아서.

괜히 설레서, 잠이 오질 않는다.
금주 부터는 열시 취침을 목표로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틀렸다.
내일 아침 수업에 과연 몇명이나 빠질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오늘 수업 마치며 일부 미국 학생들은 “눈오면 난 학교 안 와..” 선언도 했다... 하

그러나 나는 뼛속 깊이 한국인인가봐....
도저히 안 간다는 생각이 안 든다. 망할 근성.


근데 정말, 그냥 첫눈이 아니다. 펑펑 첫눈이다.



잠이 안 와서 뒤적 뒤적,
예전에 썼던 글도 좀 읽어보고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이 쓴 글도 읽어보고.

큰 사람들은 언제나 깊은 통찰을 준다.

어린 시절에는 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들고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무리해서 거인이 되려고 하거나,
혹은 큰 사람인 척 하는 삶은
불행 진창이라는 걸.

한국 말에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가까이서 본 미저러블한 사람들 중에서는
담을 그릇이 안 되나, 감투가 주는 이익이 너무 좋아
그 감투를 계속해서 좇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정도의 차이겠다마는, 능력이 심하게 안 되니 옆 사람 아랫사람을 끊임없이 착취해야 하는 사람들. 그야말로 미저러블이다. 다른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된다.

어쨌거나 그들과는 사뭇 다른, 본투비 거인 같은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시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비록 나는 이제 더이상, 저렇게 큰 사람이 될래! 라고 불끈 힘을 주지는 않더라도

지금 주어진 내 자리에 감사하고
내가 하는 일에 좀 더 최선을 다해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금주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좀 더 많았다. 내일 발표도, 열정을 가진 주제지만 좀 적당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돌이켜 보니 이번 학기 시작하면서 목표 중 하나도 적당히 열심히 하는 방법 찾기 였다.

지난 해 돌이켜 보면, 수업 시간에 각자 자기 일 하는 선배들, 동기들을 보면서 내가 삽질하고 있나, 쓸데 없는데 열심히 힘을 빼나 싶을 때가 있기도 했다.
남들 위해 열심히 하는 공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에서 대충대충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힘이 좀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일년차 때는, 그래도 나중에 교수로서 이 과목들 가르치려면 열심히 해둬야지, 라는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이번학기 들어오며 적당히 열심히 하는 균형 찾기로 목표를 돌렸었다만, 다시금 처음 마음을 꺼내보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나는 더 좋다. 이게 그냥 내 생긴 모양새구나 싶다. 그게 비록 미련한 방법들일지라도. 나의 자부심에 일부분이 될 테니까.
그리고 나의 거인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역시 첫눈이 오면 소란스러운 것들이 조용해 지고,
중요한 부분들이 남게 되는 것 같다.
반갑다 겨울아...허허....

그래도 이번 겨울은 좀 더 따뜻하고 포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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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곳 사람들이 참 좋다고 느낄 때가 있다.

여느 인터네셔널들이 느낀다는 경험과 사뭇 다른데,

아마 보통은 부정적인 일만 리포트가 되고 긍정적이고 고마운 일들은 넘어가게 되어서 그런것 아닐까.

나는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되도록 기록해 두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그 이유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 그 기록들을 보면

다시 그 때의 고마운 마음이 정확하게 환기 되어서

나중에라도 그 사람에 대한 감사를 잊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러나 막상 기록을 많이 하게 되는 시기는, 어렵고 힘든 때인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반만 맞는게,

첫학기 때는 생각들을 별로 안 적었고

두 번째 학기 때 티스토리에 글을 많이 적었으니까.. 

일년 전 시간들이 지금보다 훨씬 쉽지 않은 적응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만 맞는 말이다.

 

종합해 보자면,

기록은 많아지는 와중에 감사한 것들을 적다보니,

'이 때도 나름 좋고 건강했는데, 내가 힘들긴 힘들었나보군.' 이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나름 참 긍정적인 사람이다.

 

어쨋거나 이번 학기는, 미국 초등학교로 실습을 나가는 학기이다.

그래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처음 한달은 아무리 오피스에서 죽치고 있어도 뭔가 계속 성과가 안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일주일에 1회 혹은 2회를 초등학교로 출근하고 있으니.

 

업무가 많은 만큼, 지난 해 위에 학년들을 관찰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수퍼바이저와 갈등, 혹은 학교 로케이션에 대한 불만,

그리고 실습 시간 채우는 것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듣던 것과 다르게

현재 수퍼바이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운이 좋다, yeah!)

미국 학교 시스템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것도 많아서

아주아주 피곤할 수 있는 프랙티컴이 그나마 즐겁다.

 

생일 전날에는, 물론 그 학생이 내 생일이란걸 알고 준 건 아니지만, 그림 선물도 받았고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가는것 외에 내가 굳이 오늘 추가로 가겠다고 해놓고

감기 기운 때문에 새벽에 깼다가 다시 늦게 잠들어서 늦잠을 잤다.

후다닥 준비하면서 메시지 보내놨더니 받은 답장.

 

고마운 말들이 피곤하고 힘들 수 있는 하루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어서 감기가 나았으면 좋겠다.

지난 겨울에는 감기가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떨어지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이번 해에는 조금 더 나은 것 같으니까, 조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길.

 

내일도 실습하러 가서 애기들한테 책 읽어 줘야 하는데 코막힌 소리로 읽어주고 싶진 않은데 ㅠ 얼른 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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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10. 7. 06:58

지난 겨울 눈이 오던 날 새로운 오피스로 이전하고, 이번 학기는 공공 도서관이나 집 커뮤니티 센터를 방황하기 보다는 오피스 생활을 습관화 하고 있다. 책상이 길어서 커피포트, 가습기, 핸드크림, 크리넥스.. 이것저것 올려 두어도 내 랩탑과 듀얼 모니터가 안정적으로 자리하고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고 뿌듯하다.

 

벌써 이곳은 가을이 시작되고 날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어제는 Rent Musical을 보러 다녀왔는데, 얇게 (꾸미고) 나왔다가 나중에 공연장 가기전에 두꺼운 코트들 껴입으러 다시 들어갔다 나왔다. 감기 걸리지 않고 건강 챙기기가 제1 목표인 시즌이다. 오피스에 난로도 하나 들여놔야 겠다.

긴 겨울이 또 시작되기 전에, 단풍 보러 다녀와야지 마음을 먹게 된다.

마음먹고 놀지 않으면, 의식적으로 나를 돌보지 않으면 self-care는 후순위가 되기 십상이다.

 

9월 첫주가 시작할 때는 참 시간이 안 간다 싶었는데,

10월이 어느샌가 성큼 다가와 있다.

시간은 항상 돌이켜 보면 너무 빨리 지나가 있다.

 

오늘은 인터뷰 참여자들에게 빨리 멤버체킹 메일 보내기 완료해야지.

그리고 다가오는 주는 시애틀에서 있을 학회에 참석 준비..

10월도 어서 가고, 11월도 어서 오고.

이렇게 또 한학기가 끝날 것 같다.

 

잔잔하고 조용해서 매일매일 내 열정들로 채워 갈 수 있는 지금이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 그렇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퍽 그리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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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

[06/18/2019] 10년 후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6. 18. 11:44

십년 전 내가 상상하던 십년 후의 지금은 문자로만 존재했던 것 같다.
진로, 와 같은 두 글자 속에 꾹꾹 눌러서.
그렇지만 현실은 훨씬 다채롭고 예상할 수 없어서 나름의 맛이 있다.
그럼 십년 후는 또 어떨까?

최근 나보다 열살 정도 많은, 친구보다는 꽤 친한 지인들이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 소송에 들어가는 일이 한꺼번에 생겼다. 가까이서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이 고맙기도 하면서, 산다는게 생각만큼 뻔하고 또 생각보다 좆같고 동시에 생각외의 일들이 구체적으로 인생을 구성하고 있구나 싶다.

이십대 초반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은 삼십대 초반 (여전히 불투명하고 여전히 유예된 것만 같은 느낌) 이라
많이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그게 예전과 같은 질의 불투명함이 아니고, 같은 단계의 유예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고, 또 동년배들을 생각하면 서로 꽤 다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각자의 삶의 모습이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십년 후는 어떨까.
큰 물줄기는 비슷하겠지만
순간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또 새로운 꽃들을 피우겠지.

비록 모든 것들을 다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삶의 정원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은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정성과 노력을 적당히 배분해 쏟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에게 신실하고 내 사람에게 의리를 지킬 수 있는 삶을 디자인 하고싶다.

방학 한달이 잘 지났다. 두달 남았다.

posted by sergeant

[05/02/2019] The end of the 1st year

미국유학/유학생활 2019. 5. 3. 10:33

오늘, 목요일은 annual review가 있는 날이었다.
예상대로(?) 순탄하게 잘 지나갔다.
금주 화요일에 첫 IRB approval도 받고 ㅎㅎ 
리뷰 때 I got IRB approval on Tuesday! 이야기를 하니까 교수들이 자기네도 (아직까지도) approval 받으면 달력에 표시해 놓는다고 ㅋㅋㅋ
아주 supportive한 분위기였고, 지도 교수도 꽤나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마음이 붕 뜰 줄 알았던건지,
두개의 final paper를 많이 진행시켜 두었는데 그게 천만 다행이다 싶을 만큼
집중이 안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주 월요일에 통계시험도 봐야하고,
화요일에는 다음학기에 시작할 practicum site 인터뷰도 가야해서
아직 헤이해지기에는 좀 막판 스퍼트가 필요한데
나도 사람인지라.... ㅋㅋ 오늘 하루종일 맛있는거 챙겨먹고,
집에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오피스에 죽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은 둥둥 떠다닌다.

오늘로서 이번학기 시작했던 상담도 끝났다.
사실 오늘이 마지막 세션인걸 깜빡할 뻔 했을만큼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세션에 가서는 상담사한테 고마운 마음을 많이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상담사가 그동안 나와 함께 작업하며 좋았다고 얘기해주고,
또 내가 상담사 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 준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상담사도 international student인데 자기는 이제껏
자신을 포함한 international의 suffering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근데 내가 그렇지 않은, international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표본의 증인이라고 얘기해줘서
약간 헉 싶기까지 했다 ㅋㅋㅋㅋ (그 정도의 감상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ㅋㅋ)
그정도로 나를 의미 있게 만들어 주어서 고마웠다.

결정적으로, 나는 아주 강한 사람이고, 자원이 많고,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든
그 사건들을 잘 handling 할 수 있다는데 의심이 없다고 상담사가 말하는데
그 말을 들으며 나도 감정이 아주 많이 올라왔다.
그 자리에서 새로운 주제를 시작할 수가 없어서, 그냥 삼킨 말이지만
나는 내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에게 아주 큰 시련이 닥친다면 내가 그걸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도 했었다.
어릴 때부터, 남들은, 혹은 드라마에서의 주인공들은 다 역경을 뚫고 성장하는데
나는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필요하다는, 그런 이상한 열등감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특권인데, 어린 내 마음에는 그 부분이 내내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역경을 뚫고 성장하는 주인공 서사를 쓸 수 있을까? 약간 캔디같은? 그런 질문에
솔직히 나는 역경이 무서웠고, 피하고만 싶었고, 평탄한 성공가도의 삶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그런 내 깊은 속마음, 정확히 말하자면 상담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나의 중요한 이슈를
나와 함께 작업했던 소감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꺼내준 상담사에게
많이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나는 정말로 강해졌구나 나는 더이상 어리지 않은, 강한 사람이구나, 라는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마음 속에 그 느낌이 깊이 간직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내가 이렇게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관계를 아주 많이 그리워 했구나를
새삼 다시 그 자리에서 깨닫게 되었다.

헤어짐이 아쉽다고 눈물을 흘리는 상담사를 보면서,
내가 상담을 하고, 의식적으로는 상담의 힘을 믿는다고 했으면서도
진짜로 상담의 중요성을 믿고 있는 사람이었던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 내담자들에게 저렇게 진심으로 대했을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나름 진심을 다 했었지만,
헤어짐을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그 사람의 가는 길을 empowering 해 줬었는지
혹시 반쯤만 채운 진심을 가지고 나를 좋은 상담사로 포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은 아니었는지.
내 상담사로부터 느낀 깊은 애정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진심은 전해지는 거니까.

판단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

나의 복지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말을 잘 듣고 이해하려 귀 기울여 주는 사람.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상담사가,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돌이켜보면, 학기를 시작하면서는 악에 받쳐 있었던 부분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교회에서 환멸을 느끼고, 진절머리 나는 관계도 있고.
그렇지만 상담을 포함한 아주 많은 요인들이
나를 지탱해 주었고, 이까지 잘 이 끌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보았던 다큐멘터리, 완벽하진 않더라도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두주에 한번 약속을 잡아 방향을 정하고 지도해 주었던 지도교수님, 한국에 있는 친구들, 그리고 나의 든든한 버팀목인 배우자, 또 내가 하는 공부 그 자체.
그리고 이 곳에서 내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느낌. 그런 것들이 나를 소생하게 만든다.

일 년 참 잘 보냈다. 다가올 방학도, 그리고 다음 한 해도 아주 많이 기대된다.

 

 

posted by serge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