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1/2022] 취직했다.

미국유학/유학생활 2022. 2. 22. 04:41

원하던 학교에 잡오퍼를 받고 승낙한지 한달이 지났다.

지난학기에 총 서른개 학교에 원서를 넣었고 열여섯개 학교와 폰인터뷰를 했고, 일곱개 학교로부터 온캠초대를 받아서 다섯곳을 (including a virtual option) 다녀왔다. 두개의 학교는 오퍼에 승낙한 이후라 방문 취소 요청을 넣었다. 총 네개 학교로 부터 최종 오퍼를 받았는데 그 중 가장 가고 싶었던 곳으로 가게 됐다. 꽤 선방한 잡헌팅이었다고 본다. 교수님이 본인 역대 지도 제자들 중에 가장 많은 오퍼를 받은 학생이라고 무심하게 (아마 칭찬) 말해 주셨다. ㅎㅎㅎ 근데, 진짜로 정말로 힘들었다. 몸이 축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깨달았고 그동안 PT 열심히 받은 보람을 느꼈다.

마지막 학기 잘 마무리 하는 숙제가 남아서 (모든 교수님들이 make sure defended라고 하심) 대부분의 시간을 박사논문 분석 마무리 작업에 들이거나 아니면 빈둥대며 보내고 있다. 이번학기는 티칭 두개를 하고 있고, 고급통계 논문 과목 하나를 청강한다.

아 그리고 입사한 학교 온캠 보기 직전에, 나의 확장이자 정말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언니랑 멀어졌는데, 처음에는 너무 화나고 속상하고 나중에는 상처 받았단걸 깨달았지만. 아무래도 진작에 멀어졌어야 할 사이었나보다 싶고 정리가 되었다. 이래서 어른들이 좋든 나쁘든 큰일들 기점으로 사람들이 걸러진다고 하나보다< 라고 사실 다른 친구가 위로해줬다.
근데 정말,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되더라고. 세명한테 털어놓고 나니까 정말로 괜찮아 져서 신기하다.

그래서 요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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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

[08/09/2021] 무간지옥

미국유학/유학생활 2021. 8. 10. 09:31

무간지옥에 빠졌다.

한국에서 놀다가 미국 돌아갈 때 쯤 되면, 매번 돌아가기 싫다고 글을 남기러 오는데

(패턴 발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한국에서 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다 싫 무간지옥.

 

아침엔 D언니가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너는 잘 할 거야, 라는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허한 외침일 수도 있고

힘이 되는 한 마디 일 수도 있다는걸 보면

인간은 너무 이상하고 오묘한 존재다.

 

오는 학기는, 이제 잡헌팅을 진행하고 박사논문을 써야 한다.

아침에 메일이 왔는데, dissertation methodologist 교수님이 암수술을 하셔야 한다고.

이미 다른 교수님 한 분이 대학을 옮기셔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인데.

세상은 정말 요지경인 것 같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 어떻게를 해 내야 하는 사람은 나 일텐데.

항상 잘 해낼 거라고 알면서도, 해내는 과정을 즐기지 못하니까.

그냥 이런 나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길 바라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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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

박사 수료생이 되었고, 아주 푹 쉬고 있다.

동기들도 일로 다시 복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쉬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실 아직 쉬어야 할 타이밍은 아니고 계속 달려야 하는데,

쉼과 일의 균형을 잡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이 나에게 답을 가르쳐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나조차도 항상 고정불변의 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없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지키는걸 좋아하는 성격이 유연함은 부족해서,

전례없는 코비드 시대에 유연함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고 있다.

 

아무튼 이번 방학은 푹 쉬고 있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올 해 초반에 세웠던 논문 투고 계획이 어느정도 이루어져서다.

물론, 모든 과업들이 다 예상대로만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National Counselor Exam도 응시하려고 했는데, 응시 과정이 만만찮아서

방학동안 공부하려고 했던 계획도 잠시 덮어두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그나마 죄책감 없이 쉬다가도

망할 대학원생의 고질병처럼 가끔 불안과 죄책감이 올라온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 나름대로의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면 멈춰있던 과업들을 다시 시작하는데 동력이 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들 또한 더 열심히 준비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과거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 동기로 삼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돌아보면, 나름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다시 회의가 슬며시 올라오기는 한다.

나를 좀 괴롭게 해서라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혼자 너무 나태한 것은 아닌가.

긍정적인 감정으로만 내 원동력을 삼아서 괜찮은걸까, 그런 생각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그런 유독한 감정들을 통해서 일을 하다 보면

나중에 기뻐해야 할 때 진정으로 기뻐할 수 없게 된다던

지도교수님의 조언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을 좋은 동기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고 싶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들을 모두 막을 수 만은 없으니

가끔 이런 감정들도 인정하고 적극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이번 여름방학을 재정비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 해 봐야겠다.

 

불안함과 죄책감에 종식되지 말고,

그것들을 나의 동력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이제 거의 고지가 보인다. 졸업까지 아주 큰 산이 남아있는데, 

이제껏 잘 해 왔듯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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