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2020] 밤에 읽는 시

미국유학/유학생활 2020. 9. 10. 12:49


시는 밤에 읽는 것이 좋다 - 김동호

"시는 밤에 읽는 것이 좋다
낮엔 해 새 꽃 개 나무...
이런 것 많이 읽고
밤엔 그들의 재현再現을 형형
색색으로 읽는 것이 좋다"

​—————————

이름을 붙이고 싶다.
이 감정들 아니, 감정이 아니라 낯설게 심심하고 고요한 평화로움이라도, 이름을 붙여 규정하고 싶다.
그래서 결국 이 고요함이 우울인가 자문해 보아도,
물에 뜬 기름처럼 영 미끌거린다.

정하지 않으면 어떨까.
규정하지 않는 그런 태도는 내게 낯설다.
익숙하게 빨리 선을 그어 정해버리고 넘어가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만은 없어서, 시를 읽어본다.

말 할 수 없는 감정들
표현 할 수 없는 마음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이 모든 것들을 담아서
누군가 내 마음을 대신 말해 주기를
그렇게 세상과 조금이라도 연결 되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역시 나는, 게으른 동기를 크게 보상받은 적이 없고
어둠이 한층 더 편안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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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rgeant

[09/02/2020] Privileged vs. Entitled

생각 2020. 9. 3. 04:55


미국에 와서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행운이라고 느끼는 순간들을 많다. 한 두가지라고 꼽아서 강조 할 수 있으면 간단하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 중 하나는 S같은 ‘잘 배운’ 사람들이 하나같이 보여주는 Social Justice에 대한 높은 지각이다. 물론 이 문장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미국 교육도 일반 시민 양성에 크게 성공했다고 단정 할 수만은 없다. 안티 백신 주의자들, 안티 기후론자들이나 지구 평평론자들..(그만 세자)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iversity Bubble 안에서 만나는 배운 사람들의 공감 능력과 사회 공공선에 대한 감각, 그리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태도는 놀랍고, 일관성이 있어서. 이것이 바로 잘 된 미국 교육의 산물이구나 싶어진다.
.
내가 받았던 한국 (학부) 교육이 십년이 지난 지금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과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너희는 앞으로 이 사회에 리더가 될 것 (왜냐하면 너희는 성적이 좋으니까)” “너희는 뛰어난 아이들이고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인재들 (왜냐하면 너희는 성적이 좋으니깐)” 그런식의 이야기들을 수업시간에 종종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불편하고 우습다고 느낀 총명한 친구들이 당시에도 있었겠지만, 나는 이 메시지들을 그냥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나는 성적이...&₩;&(&@
.
10년전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최근 “공부를 잘 하는” 특정 이익집단의 주장을 듣고 읽고 이해해 보려고 한 후이다. Privileged, 즉 다른이들이 말하는 혜택과 특권이 내게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았을지라도, 실제로 내가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도와 주었던 사회경제적, 인적, 물적 자원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논외로 쳐버리고 나는 이 성취를 해냈으니 사회에 이 정도는 요구해도 된다는 태도 (왜냐하면 나는 공부를 잘 했으니까?) 가 전혀 이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이런 태도를 entitled라고 한다), 대학에서 만나는 미국식 교육을 받은 내 주변 젊은 사람들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의의 온도차가 너무 달라 아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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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3/2020] 출국 전날

미국유학/유학생활 2020. 8. 13. 11:52

한국 버킷 리스트를 싹 다 지웠더니,
다시 미국에서 취직하고 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던 4개월 전만 해도, 코로나가 창궐하는 미국에서 살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사람은 참 재미있는 존재다.

인생의 중요 선택 기로에서 무엇을 결정하느냐는 개인의 의지나 결단 등의 개인내적 조건들보다는, 환경 만남 자원 등의 개인외적 조건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 와서 좋은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일단 첫번째로는 맛있는게 많다.
이거 좀 문제인데, 왜 미국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은 단조롭고 건강한 반면 한국에선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될까 의아하다.. 양면성이 있음.
그리고 두번째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근데 방학때 들어오면 오히려 미국 나가기 이 전보다 더 꼬박꼬박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되고.. 생각해 보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지만.. 아무튼 그래도 한국이 더 좋은 사람들이 많군.
마지막으로는 배우자랑 같이 있을 수 있는 것.
이게 제일 클텐데, 이건 데려오면 되는거잖아.

미국 살아서 안 좋은 점은..
첫번째로 언어적 장벽이 너무 크고. (나아질까?)
두번째로는 의료시스템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일듯.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현재 살고있는 도시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인종차별이 있다는 정도. 내가 한국 살기 좋은 이유는 한국인이라서 일 뿐.. 객관적으로 따지면 미국이 훨씬 인권 측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는데, 내가 아시안이라는게 문제.

미국 사는게 좋은 부분도 적어두고 싶은데,
일단 넓은 땅덩어리.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고 탁 트인 느낌. (반대로 말하자면 복작복작 할 일은 없음.)
그리고 직장생활이 넘 클린할 것 같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아예 권위주의가 없을 거라곤 생각 못하겠지만.. 한국식 권위주의에 비하면 꽤 합리적인 느낌.
이 두가지 정도가 치명적이고 아주 큰 듯.

뭐 암튼.
앞으로 이년내로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될 듯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잘 선택 내릴 수 있음 좋겠다.
지금 생각 하는 것과 선택 할 당시의 생각이 많이 달라져 있겠지만. 이런 점들도 모두 아우르고 잘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들을 할 수 있길! ㅎㅎ

학기 잘 시작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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