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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N과 사십분 가량 통화를 했다. 근황 및 심경 토크.
아침 수업이 8시 월,수,금에 있다. 지난 학기 월화수목 8시30분보다 더 빡세졌다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져서인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물론 아침에 알람을 듣고 몸을 일으키면서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15분 정도 더 잤더니 딱 그만큼 시간이 부족해서 5분 정도 늦게 새로운 수업장소에 늦게 도착했는데, 수업이 막 시작된 듯 했다. 익숙한 교수님 (지난학기 intermediate class 교수님이 이번 advanced도 가르치시는 수업), 익숙한 형식의 수업이라 5분 늦은 불안감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전공수업이 아닌데도 얼굴이 제법 익숙한 중국인, 일본인 친구들도 있다. 지난학기 함께였던 미국인 친구들은 거의 수강을 안하는 것 같고, 동기 한명만 (불평하며) 살아 남아있다.
Discussion session까지 무난하게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김치찌개에 밥한그릇 뚝딱 후, (결국 고장난) printer replacement 신청도 하고, 지난번에 따냈던 500불짜리 grant 돈이 언제 들어오냐고 확인(독촉) 전화도 넣었다. 나는야 부지런한 한국인.
지난학기 처음 시작할 때에도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었다. 미국에 한달 먼저 들어와서 차도 구매한 뒤였고, 한달의 생활로 인해 시차적응도 완벽하다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을 돌아보니 참 느낌이 다르다.
우선, 가지고 있던 전반적인 불안 level이 아주 내려갔다. 이번학기도 어떻게든 잘 버텨낼 수 있을것이란 마음이 아주 자연스럽게 든다.
N과 얘기를 하며, 유학 첫학기는 감정의 동요가 극심한 학기라는 것에 동의를 했다. N은 본인의 첫학기 때 자기자신이 좀 이상했던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작은 것에도 쉽게 반응하고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시간. 나는 단단한 사람이라 자부하고 있었지만,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역시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것은 시간도 노력도 마음도 많이 쓰이는 일인가보다.
언어를 백퍼센트 다 알아듣는 것은 여전히 아니지만, 많이 편안해졌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줄한줄 해석하고 기억하려 하던 한학기 전의 내가 안쓰럽다. 다른 수업들이 시작되면 여전히 어려움이 있겠지만, 괜찮을거란 생각이 든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만들어주는 편안함. 신기하다. 이 편안함 때문에 나는 통제욕구가 강한 것이구나, 다시 한번 나를 이해해주는 시간을 가져본다. 오늘의 할 일들(책읽기, 논문읽기, grant 글쓰기) 을 잘 마무리 하고 이번 한주도 잔잔하게 평화롭게 힘차게 잘 시작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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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를 2학년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한 학기밖에 안 끝냈다니.
'이건, 이래야만 할 것 같아' (should) 라는 생각과 마음은 내게 항상 거추장 스럽다. 게다가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부유하는 느낌으로 살다가 시간이 휙 가버릴까봐 조금은 두렵다.
이렇게 궁시렁 거리고 있지만, 꽤 평화로운 겨울 방학 시간을 보냈다.
연예인 홍진경씨가 한 말 중에, 행복이란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했는데,
요즘 내가 그렇게 생활해 왔었다. 심심하고 평화로운 생활. 어릴 적에 생각하던 행복의 모습과는 참 다른 시간.
이 한가로운 방학 생활을 청산해야 한다니.. 마음으로 눈물이 줄줄.
첫 가을 학기는, 에너지를 활활 태운 학기였다.
많은 분들이 첫 학기는 생존만 해도 잘 하는 거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1. 운전에도 많이 익숙해 졌고
2. 집 정리, 생활 패턴 안정화도 많이 했고
3. *지도교수도 바꾸었고
4. 학회에 가서 발표도 한번 했다. (주어진 1년 travel Grant를 다 사용해서, 다가올 학기에 갈 학회를 위한 새grant 획득!)
생존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에너지를 활활 태우고 나니 학기 말 쯤에는 번아웃이 살짝 오는 것 같았다.
유학 생활을 시작하며 좋은 동료,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서 행복하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익숙했던 것들과의 작별, 언어 장벽의 문제, 혼자서 많은 것들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긴장감에
생활 전반에 깊은 슬픔이 깔려있었다.
최근들어 기억해 낸 사실은,
20대 초반까지 나는 꽤 우울한 사람이었고
"똑똑한 사람은 우울한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우울 예찬론자들의 주장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그런 슬픔의 감정들을 꽤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다.
외부적으로 부조리한 일들에 분노했기 때문도 있고, 그 분노가 동력이 되어 무언가를 계속 하게 했기 때문도 있고,
배우자가 제공해준 완벽한 안전기지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30대로 들어서면서, 십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들이 든다는건 참 재밌는 일이다.
이번 학기는 또 어떤 일들이 생길까?
항상 예측하고 싶어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는데.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이번학기에는
1. 학회에 가서 발표를 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여름 방학에 진행할 연구를 위한 준비를 끝내고, grant를 지원받을 수 있었으면!
올 한 해 장기적으로는
- 배우자의 이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한 해동안 바라는게 내 자신의 목표가 아닌 남의 목표였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남이라니 좀 이상하긴 하네.
2019년은 어떤 색일까 궁금하다. 무엇을 얻고 어떻게 변화하고 또 지켜낼 수 있을까?
글로 적고 나니 조금은 더 기대가 된다.
Youtube 아저씨들의 조언대로 30분 코드 빼놨었으니 제발 다시 일해랴 프린터야!!
이번학기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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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생물학적인 분석을 넘어 사회학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큰 목적을 가지고 작성된 책이다.
저자 교수님의 땀과 헌신, 진정성이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연구를 한다면 이런 의미있는 연구들을 해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는 것이,
아직은 너무 크고 멀고 험난할 것 같지만. 꿈이라도 크게, 목적은 숭고하게 가져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책발췌)
p.7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픕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p.14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직장과 학교와 가정에서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존재하지요. 그 관계들은 종종 인간의 몸에 상처를 남깁니다. 미세먼지가 천식을 유발하고 석면이 폐를 망가뜨리는 것처럼 우리가 관계 속에서 겪은 차별과 같은 사회적 폭력 역시 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회역학은 그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질병으로 남긴 상처를 해독하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미세먼지나 석면 노출을 측정하는 일에 비해, 차별 경험을 측정하는 일은 인간의 사회적 경험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더 예민하고 어렵습니다. 사회적 폭력에 노출된 약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가지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못한 차별 경험, 기억하는 여성의 몸<
한국의 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하던 때입니다. Kim S-S, Williams DR. 2012 "Perceived Discrimination and Self-Rated Health in South Korea: A Nationally Representative Survey", PLos ONE 7(1): e30501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귀하는 새로운 일자리에 취업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그런데 직장인 152명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이미 취직한 사람들이니까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는가?'라는 질문에 '예' 아니면 '아니요'라고 답해야 하는데, 무슨 이유로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것일까요?
(중략) 결과는 성별에 따라 명확하게 나뉘었습니다. 남성 노동자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을 때 그 대답은 '아니요(구직 과정에서 차별받은 적이 없다)'를 뜻했습니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가 같은 답을 했을 때 그것은 '예(구직 과정에서 차별받은 적이 있다)'라는 뜻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대답이지만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구직 과정에서의 차별만이 아니었습니다. 월급을 받는 과정의 차별 경험을 측정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의 '해당사항 없음'은 차별을 받았다는 뜻이었고, 남서의 경우에는 그 반대였습니다. 이 결과는 여성 노동자가 구직 과정에서 혹은 일터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것이 남성에 비해 더 어렵고 예민한 일임을 보여줍니다.
(중략)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변한 사람들과 차별받지 않았다고 답변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달랐습니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사람드이 가장 많이 아팠습니다. 심지어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한 사람들보다 건강 상태가 더 나빴습니다. 차별을 경험했지만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변했던, 자신의 차별 경험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실제로는 가장 많이 아팠던 것입니다. [논문은 출간되지 않음]
p.21
차별 경험과 건강에 대해 연구하는 하버드보건대학원의 낸시 크리거 교수는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차별과 같이 예민한 경험을 측정할 때는 차별을 경험하는 것,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인지하는 것, 그 인지한 차별을 보고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Krieger N. 1999. "Embodiying inequality: a review of concepts, measures, and methods for studying health consequences of discrimination". Int J Health Serv. 29(2):295-352. 비슷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것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고, 또 차별을 인지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성르 연구자에게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실험 연구는 미국사회에서 약자인 흑인, 여성, 아시아인들이 차별을 경험했을 때, 그 경험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차별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연구는 설명합니다. Ruggiero KM, Taylor DM. 1997. "Why Minority Group Members Perceive or Do Not Perceive the Discrimination that Contronts Them: The Role of Self-Esteem and Perceived Contro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2(2):373-389.
p.174
트라우마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은 의학적인 치료방법이 지닌 한계를 지적합니다. 이들은 환자가 겪는 고통의 원인을 생물학적으로 파악할 때, 특히 구조적 폭력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그런 방식으로 분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약물 치료와 인지 치료로 그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자들이 경험한 고통을 초래한 폭력적인 사회 조건을 모호하게 만들고", "고통의 유발 경로를 흐릿하게 함으로써, '설명 없는 치료'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김명희, 2015. "고통의 의료화: 세월호 트라우마 담론에 대한 실재론적 검토". 보건과 사회과학 38:225-245.
트라우마에 대한 많은 연구는 인간의 몸에 상처를 남기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초래한 사건 자체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사건의 의미가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적 환경이 외상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말합니다. 그 고통을 초래한 사회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자신이 겪는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때 트라우마는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지요. 이현정. 2015. "세월호 참사와 사회적 고통: 인류학적 현장ㅈ보고.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심포지움: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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